포항지진특별법 제정 문제를 놓고 여야 간 샅바싸움이 좀처럼 끝나지 않고 있다.

특별법 제정에 진척이 없자 성난 포항시민 1천여 명이 서울에 상경해 ‘특별법 즉각 제정’을 부르짖으며 실력행사를 벌였다. 여당이 더불어민주당은 한사코 ‘특위’를 고집하고 있고, 한국당은 민주당의 정치적 악용을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은 포항시민들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당리당략의 ‘고래 싸움’일랑 당장 멈추고 즉각 특별법 제정에 나서는 것이 옳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더니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을 놓고 벌어지는 현상이 딱 그 짝이다.

여야 모두 앞다퉈 약속을 거듭하지만, 아직까지도 립서비스 수준이다. 참다못한 포항시민들이 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상경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연 뒤 도보로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거쳐 자유한국당 당사까지 거리행진을 펼치기도 했다.

공동위원장단은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차례로 만나 호소문을 전달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회가 정상화하는 대로 가장 우선해 포항지진 대책들을 수립하고 관련 예산도 챙길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6월 임시국회에서 특별법이 반드시 통과할 수 있도록 중점 법안으로 지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특히 법도 의결도 필요 없는 예비비를 사용하도록 정부에 요구하겠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특별법 제정이 지지부진한 것은 내용적으로 민주-한국 양당의 정치적 계산이 얽혀 있다는 것이 문제다. 더불어민주당은 특별법을 신속히 제정하기 위해서는 여타법안으로부터 분리해 집중적으로 다룰 수 있는 ‘특위’ 구성이 지름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특위가 구성되면 ‘피해자 지원’보다도 ‘지진 원인 규명’에 논란이 집중될 것이라는 게 한국당의 가장 큰 우려다.

지진을 촉발한 지열발전 사업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국책사업으로 추진됐고, 시험가동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기존의 ‘적폐청산’ 방식으로 특위를 악용하면 자유한국당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걱정인 것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한 언론에 “민주당이 (원인 규명이 아닌) ‘법안 통과를 위한 특위’라고 발표해달라고 했는데 그렇게는 안 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의지만 있다면 굳이 ‘특위’를 만들지 않아도 특별법 제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한국당의 설명이다.

환난을 겪은 뒤 죽어가는 새우들의 처지를 진정으로 걱정조차 안 하는 고래들의 드잡이 정치가 다 무슨 소용인가. 알량한 정략의 꼼수들 모두 내려놓고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을 위해 당장 머리를 맞대야 마땅할 것이다. 정쟁의 틈바구니에 끼어 멍들어가는 포항의 민심을 더 이상 무시하고 모욕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