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각계 1천100여명 ‘지진특별법 신속 제정’ 요구 집회
정부에 사과 촉구하고 국회엔 정쟁 대신 최선 노력 촉구
민주·한국당 찾아 특별법 호소문 전달… 범대위 삭발도

포항 11·15 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와 포항시민, 재경 포항향우회원 등 1천여 명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포항 지진 특별법 신속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이 진척이 없자 성난 시민들이 서울에서 실력행사를 벌였다. 포항시민들이 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상경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국회가 하루빨리 포항지진 특별법 조기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관련기사 3면>

집회를 주최한 곳은 포항 11·15 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로, 포항지역 각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노동계, 지역정치권 등 대다수의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참여하고 있다. 집회는 이날 낮 12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열렸다. 아침부터 버스를 대절해 상경한 포항시민 800여명과 재경포항향우회원 300여명 등 총 1천100여명이 집결했다. 특히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연 뒤 도보로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거쳐 자유한국당 당사까지 거리행진을 펼치기도 했다.

참가자들 손엔 ‘국회는 촉발지진 피해 특별법을 즉각 제정하라’ ‘국가는 사과하고 배상하라’ ‘포항 11·15 촉발지진 책임자를 구속하라’ ‘실질피해 보상해 포항경기 회복하라’는 등 플래카드와 피켓이 들려 있었다.

이들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한국인 관광객 참사에 대한 묵념과 애도를 표한 뒤 시위를 벌였다. 풍물단 공연 등 문화 행사를 벌인 뒤 포항지진으로 인해 피해를 본 시민들이 무대에 올라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기도 했다.

흥해체육관에서 1년 넘게 생활하고 있다는 한 참가자는 “포항 11·15 지진이 촉발지진이라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포항에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국회도 정쟁만 하고 있어, 포항지진으로 피해를 본 주민들의 고통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포항지진 특별법이 하루 빨리 제정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포항 시민은 “국회에서 여야가 정쟁을 그만하고 특별법 제정에 힘을 써줬으면 좋겠다”며 “지진으로 포항 경제가 다 죽을 판이다. 정부는 포항 지진 책임자를 구속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공원식 범대위 공동위원장은 “포항지진은 정부가 추진하던 포항지열발전소에 의해 촉발된 인재임이 분명한데도 정부는 아직까지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 없다”면서 “국회는 하루 빨리 특별법을 제정해 가해자가 있는 지진 피해에 대해 배·보상 등 원상회복을 원하는 요구를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범대위 소속 집행위원 3명의 삭발식도 진행됐다. 삭발식에 참여한 김홍재 집행위원장은 “1년 7개월째 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는데 강릉 산불 임시숙소보다도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며 “여야는 정쟁만 일삼고 포항 시민의 고통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박명재(포항남·울릉), 김정재(포항북) 의원, 정태옥(대구 북갑)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 허대만 포항남·울릉 지역위원장, 정의당 박창호 경북도당 위원장 등 지역 정치권 인사들도 참석했다.

박 의원은 “특별법 제정에는 여야 구분도, 지역 구분도 없다. 양당 원내대표를 만나고 특별법 제정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고, 김 의원은 “포항지진이 촉발지진, 인재였다는 것이 밝혀진 이상 책임져야 할 이들이 있다. 사업을 시행한 산업자원부와 정부”라면서 “포항시가 받은 유무형의 피해, 개인적인 피해보상을 받기 위해 배·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지역구 의원으로서 책임지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위원장단은 이날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차례로 만난 뒤 포항지진 피해 실상과 포항지진 특별법 조기 제정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전달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포항은 2017년 국책사업인 지열발전 사업으로 발생한 지진의 상처로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도시라는 꿈이 산산조각날 위기에 직면했다”며 “실질적이고 완전한 피해배상 및 지역재건, 진상규명의 내용을 담은 특별법 제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민생법안인 포항지진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되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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