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 시인
김현욱 시인

“당신이 아무리 큰 부자일지라도 그래서 금은보화가 넘쳐날지라도 결코 나보다 부자가 될 수는 없어요. 내겐 책 읽어 주는 어머니가 있으니까요.” 스트릭랜드 길리언의 ‘책 읽어 주는 어머니’에 나오는 구절이다. 책 읽어 주는 어머니를 가졌다는 건 아이에게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저절로 책을 좋아하게 되는 아이는 거의 없다. 누군가는 아이를 매혹적인 이야기의 세계로 끌어들여야 한다. 누군가는 아이에게 그 길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오빌 프레스콧의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아버지’에 나오는 구절이다. 책 읽어주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가졌다는 건 이 세상을 다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흑인 학자이며 하버드에서 강의하고 있는 로날드 페르구손은 ‘학교 내에서 볼 수 있는 인종 간의 성취도의 차이’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페르구손은 연구 결과를 이렇게 정리했다. “진짜 문제는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진 부모 역할의 차이에 있다. 인정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이 실력의 차이를 만드는 근본 원인인 것은 분명하다.” 페르구손에 따르면, 흑인 가정에서는 전통적으로 학업을 교사의 몫으로 보는 반면, 백인 가정에서는 부모가 아이의 학업에 좀 더 깊이 개입한다.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학교에 진학하기 훨씬 전에 이미 가정에서 읽기를 포함한 학업 성적의 씨앗이 뿌려진다는 말이다. 부모가 텔레비전보다 책을 가까이하고, 도서관에 아이를 데려가며, 책을 자주 읽어 줄수록 아이의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 모든 조사 자료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을 확인시켜 주는 결과일 뿐이었다.

1979년 ‘하루 15분, 책 읽어 주기의 힘’을 출간한 짐 트렐리즈에게는 어린 시절 책을 읽어 준 아버지가 있었다. 그때의 느낌과 추억을 아련하게 간직하고 있던 그는 마찬가지로 아버지처럼 자녀에게 매일 밤 책을 읽어 줬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많은 아이들이 책 읽기를 즐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이유가 부모와 교사에게 있음을 깨달은 트렐리즈는 자비로 이 책을 냈다. 그 후 트렐리즈의 책은 스테디셀러에 올랐고, 전 세계의 교실 풍경까지 바꿔 놓았다. 특히, 일본에서는 지금도 2만여 개가 넘는 학교가 매일 아침을 책 읽기로 시작하고 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교육에 대해 노심초사하지만 어릴 때부터 침대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사실, 읽기는 모든 학습의 기초요 주춧돌이다. 책 읽기와 학업 성취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수많은 통계가 그것을 뒷받침한다. 읽기가 교육의 중심이고, 읽기가 최우선이다. 읽지 못하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도 책 읽어주기는 맞춤 처방이다.

책 읽어주기를 통해 책 읽기에 흥미를 느낀 아이들에게는 혼자 조용히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SSR(sustained silent reading)이 바로 그것이다. 책 읽어주기에서 자연스럽게 혼자 조용히 읽기(SSR)로 가면 아이의 독서지도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이다.

독서교육 전문가 맥크라켄의 연구에 따르면 혼자 조용히 읽기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교실이나 가정에서는 15분 정도가 적당하다. 물론, 아이의 상태나 상황에 따라 교사나 부모가 적절하게 조정한다. 둘째, 아이가 스스로 읽을 책을 선택한다. SSR 시간 전에 읽을거리를 고르고, SSR 시간에는 다른 책으로 바꾸지 못한다. 교사나 부모가 아이의 성향이나 흥미를 파악해 재미있는 책을 권할 수도 있다. 셋째, 아이가 SSR를 할 때 교사나 부모도 반드시! 책을 읽는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넷째, 일체의 독후감, 독후 활동을 요구하지 않는다. SSR을 절차나 결과물, 성적에 연관시키지 않는다. 책 읽어주기의 최종 도착지가 바로 SSR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