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몰카’ 여성 피해자에
“병원으로 가해남성 유인” 요구
병원 온 가해자 검거했지만
피해자 신변보호 허점 드러내
고통받는 여성 피해자에 대한
배려없는 수사에 2차 피해 우려

속보 = 포항북부경찰서가 성관계 몰카 동영상을 유포 당했다고 호소하는 여성피해자<본지 5월 29일 4면 보도>를 미끼로 가해 혐의 남성을 검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2차 피해를 부추겼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피해자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가 간신히 구조돼 병원 신세를 지고 있었던 사실마저 알려지면서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2일 몰카 피해를 주장하는 A씨는 “가해자를 피해 병원까지 옮겼지만, 오히려 경찰에 의해 신변이 노출됐다”며 2차 피해를 호소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19일 자신과 연인관계였던 B씨가 친구들에게 몰래 촬영한 자신과의 성관계 영상 등을 유포한 사실을 발견했다.

미래를 약속했던 연인 B씨의 이 같은 행동에 충격을 받은 A씨는 자살까지 시도했다.

다행히 가족들에게 일찍 발견돼 가까스로 생명을 건졌지만, B씨와 친구들이 자신을 농락하던 채팅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A씨는 혹시나 B씨가 찾아올까 봐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까지 옮겼다.

병실문 앞에 이름표도 붙이지 않는 등 자신의 신변이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경찰수사가 시작된 후 A씨가 직접 B씨를 병실로 불러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경찰은 A씨에게 “밀폐된 병원으로 B씨를 불러들여라”고 요구했다.

B씨가 휴대폰에 있는 동영상을 삭제하고 도망칠 수 있으므로, 긴급히 검거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B씨를 불렀고, 경찰은 병문안을 온 B씨를 현장에서 붙잡았다.

A씨는 “B씨를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는데, 당시에는 혹시나 범죄가 묻힐까 봐 경찰의 지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방법도 많았을 텐데, 굳이 제 앞까지 그 남자를 오게 만들었어야 했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또 그는 “그날 이후로 B씨가 계속 전화를 걸고, 합의를 요구하고 있어서 너무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SNS 등으로 유포된 불법 영상물은 수사협조를 통해 언제든지 복구할 수 있었으므로, 피해자가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계명대학교 한 교수는 “수사방법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휴대폰 위치추적이나 잠복 등 다른 방법도 많았지만, 굳이 피해자가 가해 혐의자를 유인하도록 한 것은 수사를 편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포항북부경찰서는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포항북부경찰서 김상전 여성청소년과장은 “B씨를 A씨와 만나게 한 후 급습한 것은 수사기법의 일종이라서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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