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노동운동’에 대한 정부의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태도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벌어진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의 주주총회장 불법점거 사태는 이 나라가 법치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심각한 현상을 연출했다. 울산시장은 노동계의 물리력 행사를 말리기는커녕, 삭발식 동조라는 희한한 행동을 보였고, 중앙정부는 주총 하루 전에야 마지못해 ‘불법 파업’을 지적하는 정도의 역할에 머물렀다.

며칠 동안 지역사회를 무법천지로 만들었던 이번 사태로 인해 나라의 앞날은 더욱 암담해지고 있다는 비관이 난무한다. 어쨌든 현대중공업을 중간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안건이 우여곡절 끝에 31일 가까스로 통과됐다. 당초 주총장이 노조에 의해 점거돼 대책이 없자 회사 측은 이날 오전 장소를 울산대 체육관으로 변경해 임시주총을 개최했다. 총주식 수의 72.2%인 5천107만 주가 참석한 주총에서 분할안은 99.9%의 찬성을 얻어 가결됐다.

주총 승인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존속법인인 한국조선해양과 신설법인인 현대중공업으로 나눠진다. 세계 조선업 1, 2위인 두 회사가 최종 합병되면 저가 수주, 출혈 경쟁이 해소되고 규모의 경제가 커져 글로벌 수주전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대우조선 인수로 세계 1위 입지를 굳건하게 한 것을 축하한다”고 한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주총장으로 지정된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점거 농성해온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은 주총을 방해하지 말라는 법원 결정문을 휴짓조각으로 여기고 불법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한마음회관을 쇠사슬 등으로 봉쇄하고 주총 적법성 여부를 확인하러 온 법원 검사인까지 진입을 저지했다. 이러다 보니 ‘민노폭(민노총+조폭)’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자기들이 주총장을 불법점거 농성해놓고 별도 장소에서의 주총에서 법인분할안이 통과되자 장소 변경의 정당성을 문제 삼아 ‘주총무효’를 외치는 노조원들의 상식은 대체 어디에 닿아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경찰 대응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4천200명의 병력을 배치해 놓고도 어떤 역할도 하지 않은 채 구경만 했다. 경찰은 “사태 악화를 우려해 공권력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고 변명했다. 대통령도, 관련 부처 장관들도 입을 꾹 다물고 모든 책임을 현대중공업에 떠밀었다. 실로 문재인 정권하에서 민노총은 성역이다. 방종하는 민노총에 대한 경찰과 정부 당국의 미온적인 대응조치는 온 국민으로부터 의혹을 사고 있다. 나라의 앞날을 진정 걱정한다면 엄정한 ‘법치 수호’의 미더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진리를 입증하기 위한 특단의 혁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구상에 이런 민주국가가 어디에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