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31일. 새해를 맞기 위해 사람들 마음이 들떠 있는 밤입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페이옛빌시. 래리 라이트는 가족처럼 지내는 60명의 사람들과 함께 모임을 진행 중입니다. 한 해를 잘 마무리했다는 뿌듯함과 감사와 소망으로 설레는 눈빛입니다. 곧 새해 카운트 다운에 들어갈 차례가 되지요.

그때였습니다. 뒤쪽 문이 삐그덕 소리를 내며 열립니다. 찬 바람이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실내에 스며듭니다. 현관 문이 바람에 쿵, 쿵 소리를 내며 흔들립니다.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돌려 입구를 바라보지요. 모두 가슴이 쿵, 내려 앉습니다. 누군가는 큰 소리로 비명을 지릅니다. 의자 밑으로 숨는 사람, 벽에 바짝 붙어 출입문 쪽으로 슬금슬금 뒷걸음 치는 사람. 하얗게 질린 채 상황을 얼어붙은 사람.

한 남자가 차가운 바람을 등에 업고 걸음을 단상 쪽으로 뚜벅뚜벅 옮깁니다. 눈동자는 풀려 있고,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오른 손에는 반 자동 소총이 왼손에는 수백 발의 탄약을 장전한 탄창이 있습니다. 괴한은 총구를 위로 향한 채 흔들리는 눈빛으로 단상으로 접근합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단상에서 지켜보던 래리 라이트는 침을 꿀꺽 삼킵니다. 체구가 작은 이 남자를 기회를 타서 덮칠 수는 없을까, 한 사람도 피해를 입으면 안되는데…. 수만 가지 생각이 스칩니다. 일촉즉발. 건드리면 폭발할 것만 같은 팽팽한 긴장으로 실내는 가득합니다. 몇몇 사람은 흐느껴 울기 시작하고,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도망칠 생각도 못한 채 꽁꽁 얼어붙어 있습니다. 사내가 단상으로 가까이 올수록 래리의 심장은 타 들어가는 듯합니다. 잘못 대처하면 이 공간은 몇 초 이내로 끔찍한 살육의 현장으로 바뀔 것입니다. 다행히 사내는 왜소한 체구입니다. 육군 중사 출신 래리는 사내를 덮칠 순간을 노립니다. 래리는 심호흡을 하며 침착하고 대범하게 행동하고자 애를 씁니다. 5m, 4m….

조명에 비친 총구가 번쩍입니다. 잠금 장치는 풀려 있고 사내가 손가락만 하나 까딱하면 순식간에 불바다를 만들 수 있습니다. 3m.. 2m.. 괴한이 단상 앞에 섭니다. 래리 라이트는 그 순간 괴한과 눈이 마주칩니다. 사내의 눈빛을 보자 래리는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낍니다. 무언가 뜨거운 기운이 내면을 휘어잡습니다. 공포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따스한 감정이 심장에서 혈관을 타고 그의 뇌까지 전달됩니다. 래리는 입술을 열어 그에게 묻습니다. (내일 계속)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