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오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2019년을 시작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다섯 번째 달을 마무리하고 한 여름 6월을 맞이합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온 천지가 매미의 울음으로 뒤덮이는 본격적인 한 여름의 태양 속을 거닐겠지요? 매미의 삶은 독특합니다. 애벌레로 땅 속에서 보내는 기간이 무척 깁니다. 짧은 매미 종은 5년, 미국의 어느 매미 종족은 무려 17년의 기간을 애벌레로 지하에서 숨어 지낸다고 합니다. 성충이 되어 매미 형상을 제대로 입은 채 보내는 시기, 즉 우리가 보고 듣게 되는 한 여름의 매미는 불과 한 달 가량을 지상에서 눈물짓다 사라집니다. 그토록 울어 대는 매미는 수컷이랍니다. 죽기 전에 짝을 지어 후손을 퍼뜨리려고 암컷을 유혹하는 울음인 것이랍니다. 17년 기나 긴 기다림 끝에 지상에서의 마지막 절규를, 후손을 남겨 종족을 보존하려는 눈물겨운 노력이겠지요.

매미의 신비로운 점은 또 있습니다. 생명주기가 5년, 7년, 13년, 17년으로 모두 소수(素數)라는 점입니다. 자연수 중에서 1과 자신 만으로 나누어지는 수입니다. 생명 주기가 소수인 이유를 ‘천적으로부터 종족 보존을 위해서’라고 학자들은 말합니다. 새, 다람쥐, 거미, 거북이 등의 천적으로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수명주기를 천적의 수명주기와 달리해야 하는 법이랍니다.

시인 안도현은 ‘사랑’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 우는 것이 아니라 / 매미가 울어서 /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 매미는 아는 것이다 / 사랑이란 이렇게 / 한사코 너의 옆에 / 뜨겁게 우는 것임을 /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 매미는 우는 것이다.

부조리한 세상을 살아가며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어떤 신념을 갖는 다는 것은, 목적과 소명을 품에 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통곡, 즉 비통함(anguish)을 전제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임을 시인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저 관심을 갖는 정도로는 세상의 아픈 곳들을 치유할 힘이 없다는 것을 호소하지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오감으로 감각하는 세계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웁니다. 우리 주위에서 들려오는 지극히 당연한 소리에도 혹시나 어떤 아픔이 깃들여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조심스러운 마음을 품습니다. 매미의 생명력 넘치는 아리아가 세상에 울려 퍼질 때. 그대와 나 그들 17년 침묵에 대해 한 번쯤 생각이 머무는 날들이기를, 마침내 사랑으로 귀 기울이는 여름이기를.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