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 무

동백나무들은 장애수(障碍樹)였다

암병동 환자처럼 하나같이 괴롭고 불편한 육신들

성긴 가지끼리 깍지를 껴

서늘한 그늘 드리우고

임종 직전 꾸역꾸역 환자가 토해내던 피

뭉클뭉클 붉게 피우는 꽃숭어리들

(…)

아름다운 사랑은 모두 속붉은 병이었다

시인은 해남 백련사의 동백꽃을 보며 생의 굴곡진 아픔과 사랑의 고통을 그려내고 있다. 굽은 동백나무를 ‘장애수’라고 하고 서늘한 그늘이나 동백의 붉은 꽃숭어리들을 환자가 토해내는 피로 형상화하면서 우리의 한 생도 사랑도 고통스럽고, 괴로움의 나무에 피워 올리는 붉은 동백꽃 같은 것이라고 표현하는 시인의 목소리에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흐르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