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은 몽골로 가는 비행기 안이다. 지금은 기내 서비스로 저녁이 제공되고 있다. 비행기 후미에 앉은 필자의 순서가 되었고, 승무원이 필자에게 물었다.

“선생님이세요?” 필자가 세상에서 제일 부끄러워하는 말이 “선생님”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여간해서는 티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학생들과 함께 앉아 있기에 조심스럽게 그렇다고 했다. 혹시나 학생들이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하지나 않았는지 여러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필자에게 돌아온 답은 전혜 예상치 못한 답이었다. “너무 감사해요!” 승무원은 특유의 친절 미소로 필자를 놀라게 했다. 필자의 놀란 모습에 대한 답을 승무원은 바로 해주었다. “학생들이 너무 착해요. 인사를 너무 잘 해요. 기내식을 받는 학생들 모두가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모든 힘듦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선생님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음을 필자는 처음으로 느꼈다. 승무원이 지나가고 필자는 주변을 한 번 둘러보았다. 이어폰을 끼고 저마다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혹 학생들이 왜 비행기를 탔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실 분이 계실 것 같아 잠시 말씀을 드린다.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2016년부터 급속한 사막화로 환경 재앙 지역으로 변해가고 있는 몽골에서 생태계 복원을 위한 “생명 사랑 나눔의 숲”을 조성하고 있다. 작년까지 1천100그루의 나무를 사막화 방지 마지노선인 몽골 아르갈란트 솜 지역에 심었으며, 올해는 700그루를 심을 계획이다. 그리고 2021년까지 총 5천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을 예정이다.

모두가 놀이동산으로 수학여행을 떠날 때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지구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몽골 사막으로 간다. 한 번 즈음은 불평도 할 법 하지만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한 가치를 아는 학생들은 밤 비행기의 피곤함 정도는 참을 줄 안다. 또 자신들을 위해 봉사해 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기쁘게 감사 인사를 한다. 중학생! 중2병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때로는 방황의 정점에 있는 시기! 하지만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는 것을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이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몽골이 가까워질수록 걱정이 앞섰다. 왜냐하면 5월 사전답사 때 본 진상(進上) 한국인들 때문에! 필자는 매번 답사 때마다 술에 취한 대한민국 관광객들을 본다. 그들의 추태는 같은 나라 말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부끄럽게 만든다.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호텔 복도에서의 고성방가는 기본이고, 격한 취중 싸움은 덤인 한국 관광객들!

이들의 연령은 제한이 없다. 답사 중에도 필자는 진상 취객들 때문에 마음을 졸였지만, 답사를 마치고 출국 심사를 받을 때는 조바심에 속이 다 타버렸다. 왜냐하면 술에 취해 인사불성(人事不省) 된 한국 대학생들 때문에. 흘러내리는 체육복을 입고 몸도 못 가릴 정도로 취한 그들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유발했다. 직업병 때인지 출국 심사장을 통과한 필자는 심사장을 나와서 한 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위태위태한 대학생들이 출국장을 모두 통과한 다음에야 그들을 따라 탑승구로 갔다. 비틀거리는 대학생들, 그들의 모습은 분명 정치 혼돈에 빠진 한국의 모습이었다. 그들을 보면서 필자는 교사로서의 무한 책임감을 느꼈다.

도착을 알리는 기내 방송에 필자는 손을 모았다, 제발 이번만큼은 술에 취한 진상 한국 관광객들을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이 보지 않기를 기원했다! 하지만 역시 바람은 바람으로 끝났다. 이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 시간은 5월 28일 02시! 장소는 몽골의 어느 호텔! 700그루의 나무를 심기 위해 손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힘들게 구덩이를 파고 돌아온 학생들, 그 학생들의 단잠을 깨우는 술에 취한 한국 관광객들이 부르는 노래 소리가 몽골 전체를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