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외국인들이 한국인들에 대하여 놀라는 한 가닥이 ‘한국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발견이라고 한다. 정치가 보통 사람들을 대신하여 여러 가닥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소통과 연결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일이 자연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는 정치에 대하여 높은 수준의 개인적인 흥미를 가지고 집단적인 호기심을 발휘하곤 한다. 선거를 통해 던진 나의 그 한 표가 국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끊임없이 살피는 일은 그 자체로서 소중하다. 뽑힌 이에게 잘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면, 뽑은 이에겐 부릅뜨고 감시할 책임이 있다. 놀랍다는 외국인에게는 당신 나라 백성에게도 그 책임이 있음을 알려주어야 한다.

관심과 흥미를 한껏 모은 반면, 정치에 나선 이들이 정작 무엇을 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중학생들에게는 꿈의 직업이 국회의원이란다. 하는 일이 없어서. 호기심을 모아 궁금하다 했더니, 돌아오는 게 끝없는 비난과 막말이라면 국민은 허망하다. 뭐라도 돕는 손길을 발휘하는가 기대했더니, 몇 달 째 논의도 아니 했다면 국민은 허탈하다. ‘경제가 문제’라고 문제를 제기했다더니, 무릎을 맞대고 토론하는 정치인은 본 기억도 아련하다. 평화로 승부한다는 쪽은 ‘우리의 소원’으로 얼마나 다가섰는지 언제 보여 줄 것인가. 지면을 새카맣게 채웠던 뜨거운 뉴스들의 끝자락이 대개 흐지부지 맺는 걸 보는 국민은 ‘혹시했다가 역시가 되는’일에 익숙할 뿐이다. 우리는 왜 맨날 똑같은 모습을 거듭 보면서도 미련인가 습관인가, 정치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을까. 정치에는 하염없이 속기만 하는 국민의 처지가 처연하기 이를 데 없다. 얼마나 식상한가 우리 정치는.

얼마나 신선한가. 다른 한 켠에는 우와,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서마저 ‘다르고 또는 새롭고 싶어하는 몸부림이 있다’고 한다. 무엇을 해도 남들과 다르고 어제와 다르게 하겠다는 일상의 의지가 오늘의 그를 만들어 내었다. 함께 일하는 배우와 스탭을 살피고 챙기는 눈길에도 다르게 보려는 시선이 보이지 않는가. 완전히 다른 배우 송강호에게 진심을 보이며 무릎을 꿇는 그의 모습이 다르지 않은가. 어린 시절 다짐을 끝까지 밀어내어 끝내 저 자리를 차지하고 만 그의 성실과 노력에 저절로 박수가 돌아가지 않는가. 수다한 정치인들 가운데 국민과 국가를 위하여 저만큼의 한결같음을 보여주는 사람을 우리는 어떻게 아직도 만나보지 못했는지. 그럼에도, 봉감독은 ‘이제 시작이다’고 하였다.

이제라도 정말 시작하는 마음으로 국회로 돌아가고 다시 초심을 되새겨 한반도 문제를 풀어내길 바란다. 경제도 어렵고 사회는 어지러우며 문화도 병이 들었다. 어느 틈에 마약에 물들고 성매매로 얼룩진 나라가 되어 가는가. 사정이 이런데도 말꼬리나 잡아가며 서로에게 비난 성명만 일삼는 정치집단은 국민에게 무슨 득이 될 수 있을까. 당신들 끼리 치고받는 말싸움인 줄 눈치챈 국민은 이제 재미가 없다. 노잼이다 노잼! 입으로만 국민을 섬기는 척 하는 그 언사도 이제는 모두 들켜버렸다. 다가올 선거에 던지는 또 한자락 욕심만 보일 뿐, 국민이 어떤 처지인지 당신들은 모른다.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나 계시는가. 세상은 어떻게 변해 가는지 생각이나 하느냐 묻고 싶다. 상상 속에라도 진심으로 나라와 국민을 향하여 일해주길 바란다.

봉 감독이 보여 주었듯이, 우리 국민은 뛰어나다. 세상 어디에 내어 놓아 손색이 없을 이 백성을 정치가 쪼그라들게 하는 일은, 보기에도 안타깝고 듣기에도 민망하다. 초심으로 돌아가고 첫 페이지를 다시 새겨 주시라.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재미있는 정치를 돌려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