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지역만 찾는다는 쇠제비갈매기의 포항지역 해안가 등장(본지 5월 27일자 1면 보도)은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었다. 1만㎞가 넘는 호주 등 남반구에서 날아온 쇠제비갈매기가 최근 경북 동해안 칠포리 해수욕장 해안가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 것이 확인돼 조류학계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세계적 보호종이자 멸종 위기의 쇠제비갈매기가 찾아 왔다는 반가운 소식보다 이들을 보호할 마땅한 대책이 없는 데다 일반인의 무관심으로 그들의 새로운 서식지가 점차 훼손되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를 더 안타깝게 하고 있다.

쇠제비갈매기는 10여 년 전만 해도 낙동강 하구가 주 서식지였다. 매년 4월과 7월 사이 수천 마리가 날아와 이곳에서 알을 낳고 번식을 했다. 그러나 서식지 주변의 환경이 바뀌면서 개체 수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해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남해안이나 서해안지역의 이들 서식지는 이미 자연환경의 변화로 이들의 자취를 찾아 보기가 거의 힘들다고 한다.

본지가 연속보도한 “안동호에 갈매기가 산다”는 특집은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드물게 담수호인 안동댐으로 이동한 쇠제비갈매기의 생태계 변화 움직임을 추적한 내용이다. 안동시는 담수호로 날아온 쇠제비갈매기의 지속적인 도래와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안동호 수면에 쇠제비갈매기의 인공 서식지인 인공섬을 국내 최초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올해도 쇠제비갈매기는 7년째 안동호를 찾아와 전국적 화제가 됐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포항시 북구 흥해읍 칠포리 해변에 둥지를 틀기 시작한 쇠제비갈매기의 서식지가 무분별하게 훼손되는 것이 28일 포항지역 사진 동호회에 의해 확인됐다고 한다. 멸종 위기의 바닷새이면서 당국의 보호책이 없는 가운데 일반인의 무분별한 서식지 접근 등으로 서식지 일대가 무참히 파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포항지역 사진동호회는 쇠제비갈매기가 만든 둥지 2곳이 자동차 바퀴에 짓눌려 사라졌고 둥지 안에 있던 알도 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박희천 조류생태연구소 소장은 “사람들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알들을 잃어버린 경험을 한 어미 새들은 두 번 다시 이 장소로 오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이들을 보호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단순히 희귀종이라는 이유로 쇠제비갈매기를 보호하기 보다는 생태계 보존을 위한 우리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보호책을 마련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특히 청정지역만을 골라 이동하는 쇠제비갈매기의 움직임은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소중한 교훈이 된다.

쇠제비갈매기가 포항에 찾아온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홍보도 필요하다. 우선 행정당국이 먼저 나서 사람과 천적 등의 공격에 무제한 노출된 이들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대책 마련에 앞장서는 것이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