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장 무분별 접근에 무방비
자동차까지… 둥지 2곳 파괴
탐조대 설치 등 대책마련 시급

포항 북구 흥해읍 칠포리 한 바닷가에서 새로운 둥지를 틀기 시작한 ‘보호종’쇠제비갈매기의 서식지가 일반인들의 무분별한 접근으로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포항지역 사진동호회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쇠제비갈매기가 만든 둥지 2곳이 자동차 바퀴에 짓눌려 사라졌고 둥지안에 있는 알도 깨어졌다고 밝혔다.

사진동호인들은 쇠제비갈매기의 먹이활동과 산란 등의 모습을 영상에 담기 위해 오래전부터 탐조지를 정해 관찰을 해왔기 때문에 둥지의 위치와 개수 등을 확인해 놓고 있다는 것.

이들은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일대 백사장에 자동차 바퀴자국이 여러 갈래 나 있어 확인해본 결과 둥지 2곳이 파괴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이미 오래전부터 산악오토바이와 사륜오프로드 동호인들의 운전연습 장소로 널리 사용돼 왔다고 인근 주민들은 전하고 있다.

사진 동호회 한 회원은 “사진 동호인들은 조류 탐조를 위해 위장막 설치, 소음발생 억제, 근접 금지 등 나름의 규칙을 정하는 등 서식지 보호를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한다”며 “이곳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역시 일반인들에게 알려질까봐 매우 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쇠제비갈매기의 알이 깨어지고 어미새가 둥지를 배회하며 울음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며 “청정지역만 찾는 세계적인 보호종인 쇠제비갈매기의 보호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민 김모(48)씨는 “바닷가에 날아다니던 조그마한 갈매기가 보호종인 줄 최근에 알게 됐다”며 “탐조대를 설치하는 등 서식지 보호대책을 수립해 생태관광지로 개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희천 조류생태환경연구소 소장은 “인간들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알들을 잃어버린 경험을 한 어미새들은 두번 다시 이 장소로 오지 않을 것”이라며 “쇠제비갈매기의 중요성을 행정기관이나 시민들이 정확히 인지하고 함께 보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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