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과거 고도성장 시기에는 공단과 같은 특정지역 내에 입주한 기업의 제조공장에서 수출제품에 필요한 원자재 수입에는 관세를 유예하거나 제품을 수출하였을 경우 납부했던 세금을 환급해주기도 하였다. 같은 기업 활동이라도 특정 지역에 입주한 기업에 차별화된 혜택을 주는 곳을 우리는 특별구역 내지는 특구라 부른다. 이러한 특구들은 대체로 지리적인 공간제약 속에 속해 있는 특정 기업이나 특정 제품에 대해 특혜가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그 지역경제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특구 가운데 지리적 제약을 뛰어넘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제도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연구개발 특구다. 가장 중요한 지정조건으로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몇 개 이상 존재하는가이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다. 흔히 우리가 대덕 연구단지라고 부르는 이 특구는 자연발생적인 연구기관의 집적보다는 중앙정부의 의지로 연구소의 집적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이 특구는 적어도 우리나라가 고도성장을 하는데 필요하였던 과학기술을 개발하여 각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면서 국가경제 발전을 이끄는 첨병의 하나였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물리적인 특구보다 연구개발특구의 효과는 매우 큰 것이다.

반면 포항은 그동안 무관의 제왕과도 같은 존재였다. 지역 내에서야 포항이 엄청난 연구개발기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중앙정부나 국가 전체적인 인식으로는 그저 포항에 제철소가 있고, 포스텍이라는 유명한 공과대학이 있다는 정도의 인식만 있는 듯하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정부가 연구개발특구라는 ‘공식이름표’를 붙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포항본부는 6년 전인 지난 2013년 포항지역 산업연관표를 이용하여 포항의 연구개발부문에 대해 전국적으로 수요가 일어났을 때 전국 각 지역에 미치는 외부확산효과를 분석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포항의 연구개발효과는 영남권의 조립가공제품과 호남권의 자동차, 그리고 통신서비스부문에 상대적으로 플러스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말하자면 포항에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그 편익이 포항만이 아니라 영남과 호남 등에도 고르게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치는 이타적인 연구개발지역이라는 뜻이다.

즉 포항은 그동안 포항은 물론 국가경제 전체에 도움을 주는 연구개발지였다. 게다가 포항은 기초자치단체임에도 불구하고 포항과 나머지 광역자치단체 전부를 포함한 연구개발의 외부확산효과가 4개 지역으로 5개인 대구에 이은 전국 2위를 기록하였다. 결국 포항의 연구원들은 정부가 연구개발특구라는 공식마크를 주지 않았는데도 묵묵히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가져다주던 이름 없는 용사였던 것이다.

그런데 국내 경제체질과 성장패러다임의 변화로 철강산업의 활력이 많이 떨어지게 된 여파로 연구개발부문에 대한 지원체계에도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국내의 경제체질은 단순한 비용절감과 효율성만으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며, 연구개발과 혁신이 뒤따라야만 가능한 시대를 맞이하였다. 이러한 때에 사실상의 전국구급 연구특구기능을 수행해 왔던 포항에 지금이라도 ‘강소연구개발특구’라는 작은 이름표라도 붙여준다면 지금까지 기여해온 이상으로 지속가능한 포항경제는 물론 지속가능한 국가경제에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수년전 노벨사관학교라 불리던 독일의 막스플랑코 한국연구소가 포항에 들어온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포항을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지정함에 있어 더 이상 검증이 불필요함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