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연구가로 유명한 조지프 캠벨은 다트머스 대학에서 생물학과 수학을 전공했으나 이후 컬럼비아 대학에서 중세 영문학으로 학사, 석사를 받습니다. 1927년 컬럼비아 대학의 장학금으로 유럽으로 건너가 파리대학과 뮌헨대학에서 공부합니다만 1929년 큰 좌절을 겪습니다. 유럽에서 돌아온 후 컬럼비아 대학에서 박사 과정에 진학하려 했지만, 석사 때와 전공과 다르다는 이유로 거절당합니다. 게다가 미국에 대공황이 불어닥치면서 일자리조차 구할 수 없는 처지에 이릅니다. 캠벨은 주먹을 불끈 쥐며 한 마디를 뱉습니다. “학위, 까짓 거 개나 줘버리라고 해!”

캠벨은 이 상황에서 중대한 결단을 내립니다. 학위만 아니라 생존 본능을 자체를 멈춥니다. 우드스톡이라는 작은 숲속 마을로 들어가 오두막을 하나 얻어 자신을 고립시킨 가운데 5년 동안 홀로 시간을 갖습니다. 1달러 지폐 하나를 벽에 걸어 두고 그 돈이 없어지지 않는 한 자신은 돈이 다 떨어진 빈털터리는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해 가면서 버팁니다.

오두막에서 세 가지를 결심합니다. 첫째. 다음 날 무엇을 먹을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둘째.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실용성을 묻지 않는다. 셋째.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조이스와 토마스 만과 슈펭글러를 읽었다. 슈펭글러는 니체를 언급했다. 나도 니체를 읽었다. 니체를 읽으려면 쇼펜하우어를 먼저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쇼펜하우어도 읽었다. 그러다가 쇼펜하우어를 읽으려면 칸트를 먼저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식으로 해서 칸트도 읽었다. 일단 거기까지 가도 되긴 했지만, 칸트를 출발점으로 삼으려 하니 힘들었다. 그래서 괴테로 거슬러 올라갔다.”

캠벨은 이 시기의 독서에 대해 말합니다. “읽고 또 읽는 겁니다. 제대로 된 사람이 쓴 제대로 된 책을 읽어야 합니다. 읽는 행위를 통해서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마음이 즐겁기 시작합니다. 삶에 대한 이러한 깨달음은 항상 다른 깨달음을 유발합니다.“

5년 동안의 위대한 멈춤의 시기를 통해 캠벨은 문화인류학, 생물학, 철학, 예술, 역사, 종교를 아우르는 방대한 지식과 지혜를 가득 채웁니다. 말 그대로 황금의 시기를 연 셈이지요. 자신을 흠뻑 채운 다음 사라로렌스대학 교수로 초빙을 받습니다.

인생에서의 멈춤은 우리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합니다. 멈춤을 어떻게 해석하고 승화시킬 것인가 하는 것은 오롯이 우리 자신의 몫이겠지요.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