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 옥

땔감으로 부려 놓은 폐자재 서까래에

뒤틀린 대못 하나 불편하게 박혀 있다

녹슬은 시간에 기대어

항변도 변명도 않고

대들보 깊숙이 박혀 안착하지 못한 죄로

땔감에 휩쓸리어 노숙으로 뒤척이다

수습할 시신도 없이

잿불 속에 파묻힐까

꼿꼿함 잃은 순간 못은 못이 아니라서

뒤집기 한판은커녕 명함도 못 내밀고

내쳐져 한테로 내몰린

무의탁의 저 은유

못은 사물과 사물을 붙박아 두는 매체로 사용되지만 이 시에서 무의탁 못이라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시인의 시선과 인식은 기존의 인식의 틀을 무너뜨리고 있다. 폐자재 서까래에 불편하게 박혀 있던 못은 그런 붙박이의 의미를 상실케 되며 우리네 한 생이 붙박힌 삶이 아니라 떠도는 삶이라는 것을 환기시켜주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