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 단체장의 ‘우리 고장은 지금’

권영세안동시장
권영세 안동시장

프랑스 서부의 르아루 강 하류에 위치한 항구도시 낭트는 굴지의 무역항으로 조선업이 흥했던 곳이다. 그러나 유럽조선소와 항만이 불황에 빠지자 낭트 또한 예외일 수 없었다. 산업이 쇠퇴한 도시는 이내 갈림길에 섰다. 낭트는 어떻게 됐을까.

오늘의 낭트는 침체된 도시가 되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외려 ‘거대 코끼리’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갖게 됐다. 바로 낭트가 낳은, 고전 공상 과학 소설가이자 우리에게 ‘해저 2만 리’와 ‘15 소년 표류기’로 잘 알려진 쥘 베른의 소설을 접목해 낭트의 원도심이 새로운 관광명소가 된 것이다.

해양산업을 주름잡던 낭트는 쇠를 다루던 조선소의 기반에 쥘 베른의 상상력을 얹어 도심을 새롭게 정비함으로써 기계 동물이 가득한 아틀리에(Les Machines de l’ile- 기계동물테마파크)로 거듭났다. 원도심의 특성을 리모델링한 낭트는 연 200만 명이 찾는 해양관광도시가 됐다.

경북 북부의 작은 도시 안동을 찾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비단 오랜 문화가 서려 있는 오래된 도시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인류가 다져온 문화의 발자국이 세대를 뛰어넘어 소통하는 보편적 가치로 실현됨으로써 공감을 나눴기 때문이다.

안동의 노력은 지켜야 할 우리의 문화를 보존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도심을 재정비해, 안동을 더욱 안동답게 도시 관계를 재조명하는 데 있다. 수많은 이들이 안동을 주목하고 다시 찾는 이유이다.

세계유산의 도시 안동이 가진 문화의 원형은 세계가 인정한 보편적 가치가 됐다.

하회마을을 시작으로 물꼬를 튼 듯, 안동이 가진 수많은 문화 자산에 세계인이 주목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안동이 가진 유산의 가치를 재해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안동에는 현재 111개의 전통한옥 숙박 시설이 있다. 수십 년은 물론이고 수백 년 된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베 있는 고택에서 오롯이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단순히 숙박으로 머무는 것이 아닌, 반가의 문화를 담은 아침 식사와 전통음식체험, 혼례체험 등으로 안동다운 매력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원도심의 가장 흥미로운 변화는 옥정동과 동문동 등 일대의 한옥마을 지구 조성에 따라 지중화와 한옥형 돌담길 등 관광 기반 조성이 시작되자, 시민이 함께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옥정동 일대는 젊은 층 주도로 한옥형 카페와 목공소 등 한옥이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한 카멜레온으로, 시민뿐 아니라 안동을 찾는 관광객들로부터 ‘숨은 명소’가 됐다.

이와 더불어 안동역이 이전하면서 남게 될 역사부지 활용으로 상업·문화· 주거 인프라가 오랜 고가옥과 함께, 안동 도심의 새로운 콘텐츠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 기대한다.

하회마을에 이어 유교책판과 한국의 산지 승원, 봉정사가 연이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올해 안동은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의 세계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다. 올 7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제4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서원’ 등재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안동은 이로써 다시 한번 그 가치를 재조명받는 자리에 서게 된다.

지난 5월 14일 하회마을에 발을 디딘 영국 앤드루 왕자는 이십 년 전 어머니의 발자취를 따라 안동을 찾았다.

일 년에 단 두 차례만 해외를 방문하는 영연방의 수장 영국 여왕은 1999년 그해, 한국의 작은 도시 안동을 찾았다.

하회마을은 세계의 이목을 끌었고 당시 30∼40만에 그치던 하회마을 관광객은 현재 연간 100만 명이 다녀가는 세계의 명소가 됐다. 여왕 방문 자체가 최고의 마케팅 전략이 된 것이다.

매력이 곧 자본이 되는 시대, 영국의 대를 이은 안동방문은 ‘안동의 매력’이 세계의 이목을 끄는 또 다른 기회가 된 것이다.

특히 이번 앤드루 왕자는 이번 방한으로, 일가의 방문을 기대할 만큼 큰 만족감을 안겼다. 어머니의 생일상이 재현되고 20년 전 하회별신굿탈놀이 연희자들이 그대로 출연한 것 등 1999년의 어머니와 2019년의 아들이 소통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야기를 선물한 셈이다.

안동의 매력은 비단 유형의 유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안동은 재생의 원동력을, 안동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유산에서 찾는다.

1869년 노틸러스호는 2019년 낭트에도 여전히 운항 중이다. 기계테마파크를 찾은 수십만의 관광객들은 조선업이 쇠퇴한 낭트를 추억하는 대신 조선소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낭트를 기억한다.

수많은 역사의 흔적을 통해 과거와의 대화가 살아있는 곳, 안동! 이는 세계가 기억하는 안동의 모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