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우리 속담처럼 지금 포항시민은 지진과 관련한 모든 일에 대해서는 쉽게 믿으려 하지 않는 분위기다. 설사 그것이 과학적으로 입증 된다 해도 지진과 관련해서는 포항시민의 마음은 불안 그 자체다. 이런 경우를 트라우마라 부른다.
11·15 포항지진으로 포항시민의 42%가 지진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경험했다는 통계가 있다.
지진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포항시민을 설득시켜 가기위해서는 무엇보다 믿음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11·15 포항지진으로 중단됐던 영일만 이산화탄소 저장실증 사업(CCS)이 포항지진과 무관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또다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포항지역 CCS 사업에 대한 지진 유관성 여부를 조사한 한국지구물리·물리탐사학회는 “포항 영일만 CCS의 지진 유발 가능성과 안전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결과 특별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포항 11·15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즉각 반박 성명을 냈다. “학계에서는 CCS의 위험성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경고를 하고 있는데 ‘무관하다’는 이번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지진 관련성 조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미국 조지메이슨대 엘리자베스 박사 등 국내외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특히 엘리자베스 박사는 “CCS는 지진유발, 수질오염, 환경피해, 질식사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과학적 연구보다 탄소격리의 위험성에 대해 대중에 알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데도 “조사단의 발표 내용에는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지진유발과 심각한 환경오염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고 했다.
또 가천대 김창섭 교수는 “탄소를 포집하는 것도 경제성이 떨어지고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묻는 것도 난제여서 CCS사업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고도 했다. 이 밖에도 CCS 사업과 관련한 문제점 등을 일일이 적시하며 이산화탄소 저장 시설을 즉시 폐쇄 조치하고 원상복구하라고 촉구했다.
지금 포항은 지진 발생 2년째에 접어들고 있으나 피해를 보상할 지진관련 특별법조차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자연재해가 아닌 국책사업 수행과정에서 빚어진 인재임에도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불만이 매우 높다.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이 있는데다 집값 폭락과 지진으로 인한 경기 침체 등으로 이래저래 어려운 형편에 놓인 이들에게 CCS 사업과 관련한 조사 결과를 믿으라고 내놓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한 일이다.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범대위가 지적한 내용에 대한 공개 토론도 벌여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를 쌓아야 한다. 포항시민의 정서는 생각하지도 않고 누가 보아도 위험이 상존해 보이는 CCS 사업을 안전하다고 설명한들 누가 믿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