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워낙 광범위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 콕 찍어 “이것이다”고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영어의 culture는 원래 경작이나 재배의 뜻을 가졌으나 이후 교양, 예술 등의 뜻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막연히 문화라고 하면 추상적으로 높은 교양이나 깊은 지식, 세련된 생활 등을 떠올리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설명될 수 없다.

영국의 인류학자 타일러는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를 문화라 설명했다.

그러나 이것 역시 포괄적 의미로만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문화는 집단이나 구성원에 따라 성격의 차이가 있음을 우리는 인식한다. 동양과 서양은 물론이거니와 지역에 따라서, 좁게는 가문에 따라서도 다름이 여실히 나타난다.

문화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현대인들도 수준 있는 문화생활을 매우 중시 여기는 성향이 늘었다. 음악과 예술을 즐기고 품격 있는 라이프 스타일로 마음의 여유와 양식을 풍요롭게 하고자 노력한다.

때마침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프랑스 칸영화제 최고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의 문화가 세계 최고 수준급으로 인정받는 쾌거를 올렸다. 이번 봉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한류로 높아진 한국의 문화적 위상을 더 올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도 크다. 특히 한국 영화를 사랑해 온 많은 국민에게 이보다 자랑스런 경사는 없을 것 같다.

그러면 문화의 카테고리 안에서 바라본 우리의 정치문화는 과연 어느 수준에 있을까 궁금하다. 정치 혐오현상이라는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한 문화가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깊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정치인 스스로가 만들어 낸 나쁜 정치행위에 대한 산물이다. 문화가 품격을 향상시키고 지적인 활동 영역을 확대해가는 과정이라면 우리의 정치는 아직 한참 먼 거리에 있다.

5월 임시국회가 무산된 가운데 6월 국회도 개점휴업일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평행선을 달리는 여야는 자신들의 주장만 고집하고 있다. 타협과 포용, 협치의 문화는 찾아 볼 수가 없다. 한국 영화 100년에서 일궈낸 봉 감독의 쾌거를 계기로 한국의 정치문화도 좀 바뀌어져야 할 것 아닌가 싶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