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은

해 저문 날 낯선 마을을 지나다가

우는 아이에게 길을 묻다

이제 남이 된 여자와

서로 메마른 인사….

그 여자 허리의 흉터

나를 보고 싶어 뛰어나올까

서귀포 앞 바다에 비가 온다

껴안아도 껴안아도

아득한 아내의 허리

날이 들어 붓 한 자루로 수평선을 긋다

아득히 흘러가버린 시간을 읽고 있는 노시인을 본다. 지난 세월의 아름다운 인연도 사랑도 다 흘러가버린 시간의 허허로운 바다를 바라보며 허망하고 덧없는 시간들을 가만히 불러보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