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주일한국기업의 과반수인 53.1%가 한일관계 악화로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매우 부정적 6.2%, 부정적 46.9%)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특히 우리 기업들은 일본에서 신규 거래처 개척이나 신사업 발굴에 가장 큰 곤란을 겪고 있는 것(37.3%)으로 나타났다. 해묵은 독도·위안부 문제에다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꼬일 대로 꼬인 한일관계를 무한정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익이 무엇인지를 깊이 헤아려서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양국 우호 관계를 서둘러 재건할 때가 됐다.

전경련 조사에서 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7.5%로 가장 높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과거사 문제로 인해 악화 일로를 겪고 있는 한·일 관계와 관련해 우리 정부와 국회 차원의 관계 개선을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차관인사를 단행하면서 ‘일본통’ 인사인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을 선임했다. 조 신임 차관은 주일대사관에서 2등 서기관, 경제과장, 공사참사관 등으로 3차례 근무하는 등 대일 업무를 담당하는 요직을 거쳤다. 한일의원연맹 회장 출신인 문희상 국회의장도 국회 차원의 ‘한·일 의회외교포럼’을 발족하는 등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국회의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한·일 의회외교포럼은 조만간 15명 안팎의 규모로 방문단을 구성해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역사 속에서 분명히 우리에게 수많은 아픔을 안겨준 고약한 이웃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해묵은 민족 감정에 사로잡혀 인접 국가와 앙앙불락하는 나라치고 번영을 이룬 나라는 지극히 드물다. 우리는 이제 이념과 감정을 뛰어넘는 실용주의 정신으로 선린외교를 펼치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를 개척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음이 자명하다.

정치적 목적으로 장기간 반일 민족 감정을 들쑤시는 일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반국익적 선동정치에 불과하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직접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한일관계는 하루속히 복원하는 것이 옳다. 이대로 끌고 가는 것은 현재의 손해는 물론 예측되는 미래의 국가적 손실이 너무나 심대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빈 방문 중인 일본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온종일 함께했다는 소식이다. 2차대전 이후 가장 가까운 ‘신밀월’ 시대를 열어가는 미일 외교를 넋 놓고 마냥 부러워하기만 할 참인가. 한일우호 관계의 회복을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는 일은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