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지 포항 바닷가에 조류 탐방객·사진작가 대거 몰려
장기숙식하며 근접 촬영하는 등 서식지 훼손 우려 커져
알 파손 위험에다 예민해진 새들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

동해안 바닷가에 쇠제비갈매기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호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류 탐방객과 사진작가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서식지 환경에 크게 훼손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조류 전문 사진작가들이 ‘희귀사진’을 찍기 위한 욕심으로 서식지 인근에 텐트를 치고 장기간 숙식하는 등의 사례가 목격되고 있을 정도여서 보호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에도 포항의 쇠제비갈매기 서식지에 조류사진을 찍기 위한 사진작가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들은 소형 텐트를 치고 장시간 머무르며 새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촬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새들의 민감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

촬영 위치 또한 쇠제비갈매기 서식지로 알려진 하천과 바다의 교차점 지역의 한복판에 주로 위치해 있고 근거리 촬영도 서슴지 않고 있다.

쇠제비갈매기는 부성애와 모성애가 특히 강한 것으로 알려진 조류다. 주 서식지가 햇볕이 잘 드는 모래톱인데 낮에는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부모새들이 번갈아 가며 그늘을 만들고 시원한 바닷물을 가슴에 머금고 알에 직접 뿌려준다. 온도가 떨어지는 밤에는 부모새들이 교대로 둥지에 알을 직접 품어 체온으로 온기를 보전한다.

이같이 고도의 집중도가 요구되는 ‘알 돌보기 작업’을 하는 부모새들은 예민해지게 마련이라는게 조류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진 촬영을 위한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질 경우 쇠제비갈매기가 향후 포항 서식지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기피지역으로 꼽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희천 조류생태환경연구소 소장은 “호주와 뉴질랜드 등 남반구에서 1만여㎞ 넘게 날아와 우리나라에서 서식을 하는 쇠제비갈매기를 가치가 있는 ‘대상’으로 보기 보단, ‘생명’으로 봐라봐야 한다”며 “가뜩이나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데 외부 인원들의 잦은 접촉으로 새들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면 향후 포항 서식지를 다시 찾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들도 생태나 번식 환경 등을 다 기억해 학습하는 존재다”라고 덧붙였다.

알의 파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쇠제비갈매기 알들은 주위 환경의 색채와 비슷하게 변화하는 ‘보호색’ 성질도 가지고 있어 서식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알이 직접 깨질 위험성도 크다.

더욱이 서식지의 존재가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전파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전국 단위의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추가로 방문해 서식지를 훼손할 것으로 우려된다.

포항시 관계자는 “현재 해당 서식지에 대해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며 “협의 등을 거쳐 서식지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