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 이사
김도형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 이사

지난 20일 부산 영도구에 있는 국립해양박물관에서 흥미로운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해양 전문잡지인 ‘The OCEAN’에 게재된 사진 중 일부를 선별해 기획 사진전 ‘ONE WORLD ONE OCEAN’을 개최한 것이다. 국립해양박물관과 잡지 발간 주체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공동 주최한 이번 사진전에는 △어업, 그리고 바다음식 △해양강국으로 가는 길 △해양문화 탐방의 바닷길 △신북방·신남방 바다길 등 4가지 주제에 70여 점이 선을 보였다.

전 세계 푸른 바다에서 역동적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삶과 문화, 풍경을 담은 사진은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해양 전문 융·복합 미디어와 오션 소프트파워의 창출’을 주제로 한 사진전 오프닝 토크쇼도 잡지 편집위원들과 관객들 간에 격의 없는 소통의 장이 됐다.

종이 잡지는 사멸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디지털 문명이 도래하면서 수많은 종이 잡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15년 1월 창간된 ‘The OCEAN’이 11호까지 발간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채롭다. 비용 등의 부담 때문에 반년간으로 발간된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해양 융·복합 플랫폼으로서 그 소임을 충실히 감당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The OCEAN’은 우리 사회에서 그 가치에 비해 조명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는 오션 소프트파워 담론을 생산, 전파한다는 데 종요로운 의미가 있다. ‘바다의 나라 포르투갈’이 특집으로 실린 11호부터는 중요 기사 몇 편을 추려 해양수산부 홍보실과 함께 유튜브 영상 등으로 제작하게 된다. 이제 ‘The OCEAN’도 시대 흐름에 발맞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을 도모하며 독자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게 된 것이다.

시선을 지역으로 돌려보자. 포항은 시 승격 70주년을 맞이했다. 7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나이테가 만들어지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가야 할 길을 내다보는 사색과 숙고가 필요하다. ‘지방의 소멸’이라는 유령이 대한민국을 배회하고 있다. 거의 모든 대한민국 지방 도시가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포항도 예외라고 할 수 없다. 70주년을 기념하는 축포도 필요하지만, 지방에 드리운 짙은 그림자를 거둬내고 보다 나은 도시의 미래 청사진을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포항의 근본은 바다’라는 한 원로의 말이 떠오른다. 1970년대 초반 포항에 제철공장이 건립되기 전에 포항의 주된 먹거리는 바다였다. 거친 파도와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사투를 벌이며 고래와 상어, 정어리와 고등어, 꽁치 등 숱한 어류를 거둬 올리고, 김과 미역 등을 채취해 살림을 꾸려 나갔다. 원양어선을 타고 망망대해로 나간 사람도 많이 있었다. 머구리는 사라졌지만 해녀들은 여전히 해안선 곳곳에서 자맥질을 하고 있다. 철강도시가 된 이후로도 수산업은 포항의 변함없는 정체성이자 경제의 활력소이다. 동해안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죽도 어시장이 그 생생한 현장이다. 미래 청사진은 근본을 떠나 만들 수 없다. 지역의 미래를 다층적·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전망해야 하겠지만, 204㎞의 해안선을 떠날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역의 근본인 해양수산 담론을 지역 스스로 생산하고 전파할 때가 됐다. 네트워크를 통해 타 기관의 힘을 빌릴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지역의 핵심 담론은 지역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역량과 환경을 갖춰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지역의 대학과 기관, 매체가 힘을 모은다면 길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바다는 넓고 깊다. 무한한 잠재력을 품고 있는 보고이다. 그 잠재력을 얼마나 끌어 올리느냐에 지역의 미래가 걸려 있다. 그 길은 지역 스스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시 승격 70주년, 지역의 근본과 미래가 바다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