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의 통화내용을 입수해 ‘굴욕외교’를 폭로한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국익을 해친 중범죄자로 몰리면서 여야 정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강 의원의 행위를 놓고 당·정·청이 일사불란하게 맹공을 퍼붓고 있다. 한국당은 강 의원을 강력하게 두둔하는 한편,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나간 발언을 끄집어내어 맞불을 놓았다. 정쟁에 눈이 어두워 애국심을 저버린 행위는 제어돼야 한다. 정치지도자들은 차제에 정치가 왜 존재하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강효상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 대통령이 7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직후 방한을 요청했다”고 공개했다. 청와대는 즉각 “전혀 사실이 아니며 확정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와 외교부가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전면적으로 조사해 강 의원의 고교 후배인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참사관 K모 씨를 지목하면서부터 이 문제는 일파만파로 번졌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을 외교상기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미 워싱턴 한국대사관 소속 K외교관의 정보유출 사건에 대해 “그동안의 사고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이례적으로 강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한국당에 강효상 의원에 대한 출당 및 의원직 사퇴를 강력히 축구했다. 그러나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한미 관계의 오늘을 국민 앞에 드러내고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대미외교, 북핵 문제의 올바른 방향전환을 해 줄 것을 정권에 전달한 것이 이번 사안의 핵심”이라고 되받아쳤다. 그러면서 지난해 1월 한 종편채널에서 한미정상 간 통화녹취를 입수했다고 자랑하고 통화내용까지 상세히 설명한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례를 들며 반격에 나섰다.

며칠 전전긍긍하던 정 전 의원은 당시 발언과 관련 “청와대 홈페이지(사이트)에서 찾아 확인한 내용으로 기밀은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기 시작했다. 강효상 의원의 개인적 정보력을 동원한 무차별 폭로는 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한미동맹이 온전하지 않다는 국민적 의심이 짙은 상황에서 문제점을 자극적으로 짚어내어 바로잡으려는 의지 자체를 의심할 여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강 의원의 과욕은 결과적으로 정부·여당의 안성맞춤 먹잇감이 되고 만 형국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의 “정치적으로 아무리 유리한 것이라 하더라도 외교 기밀을 폭로하는 것은 더 큰 국익을 해치는 범죄 행위”라는 비판은 백번 옳다. 애국심이 거세된 정치는 백해무익하다. 정치권 모두 자신을 성찰하고 엄정한 사명을 각성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