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교섭단체 원내대표 ‘호프 회동’까지만 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전되는 듯했던 여야 3당의 국회 정상화 협상이 다시 냉랭하게 얼어붙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내건 한국당의 제안에 수용 불가 입장을 굳혀가고 있는 분위기이고 한국당의 강경 투쟁 모드는 여전하다. 입으로만 ‘민생’을 부르대는 게 아니라면, 정국운영에 무한책임을 진 문재인 대통령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의 ‘일대일’ 영수회담 용단과 허심탄회한 대화로 굳게 걸린 국회 빗장을 풀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호프 회동’을 통해 국회 정상화에 공감대를 이뤘지만, 이틀 만에 협상이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자유한국당이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사과 및 철회 등에 대해 민주당은 거부감을 드러냈다. 비공개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 이후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지정 사과와 철회, 국회선진화법 위반 관련 고소·고발 취하를 요구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 정상화에 대해 “저희는 이미 선거법과 사법개혁 관련 법안의 부당성을 누차 말씀드렸다”며 “국회가 파행에 이르게 된 것은 결국 민주당이 패스트트랙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그 부분에 대한 입장표명 없이 그냥 가기 어렵다”고 재확인했다.

3당 원내대표들의 ‘호프 회동’ 이후 기대됐던 반전은 민주당이 원칙론으로 총의를 모으면서 어렵게 돼, 여야 3당 협상은 당분간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가만히 두어도 한국당이 오는 25일 장외투쟁을 끝내면 국회로 복귀할 수밖에 없으리라고 내심 판단하는 것으로 읽힌다. 한국당의 무리한 요구까지 수용할 필요가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이야말로 ‘일대일’ 영수회담이 필요한 상황이다. 꽉 막힌 정국을 풀어내기 위해서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와의 회동을 모색했던 정치사는 엄연히 존재한다. 설사 그 결과가 항상 좋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정국운영에 미치는 영향 자체를 과소평가할 일은 결코 아니다. 전적으로 대통령과 민주당에 달려 있다. ‘2중대’ ‘3중대’ 별칭이 붙을 정도로 여당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에 대해 온통 신경을 쓰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용단을 내릴 문제다. 나라 사정이 엉망이다. 민생은 파탄지경에 내몰리고 있다. 뻔뻔한 구두선(口頭禪)이 아니라, 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존재한다면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만나서 격의없이 토론하고 양보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