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위해 국회로 와야” vs “패스트트랙 사과하라”
민주·한국당, 정상화 선결 조건 의견 차이 못 좁혀

5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물 건너갈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23일 국회 정상화를 위한 선결 조건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거제·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처리를 놓고 ‘사과나 유감을 전제로 한 국회 정상화는 없다’는 더불어민주당과 ‘강행 처리에 대한 사과·철회가 먼저’라는 자유한국당이 팽팽히 맞서면서 국회 정상화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민주당은 국회 정상화의 필요성을 부각하면서 한국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재차 촉구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우리로서도 할 말이 없지 않지만, 그것을 뒤로하고 시급한 민생과 경기 대응을 위해 나선 협상 길”이라며 “한국당이 민생을 위해 장외로 나섰다면 민생을 위해 주저 없이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고 밝혔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경제가 어렵다고 주장하면서 제1야당이 장외투쟁하는 것이 맞느냐”며 “국회를 마비시켜 정부·여당의 경제회복 노력에 발목잡기를 일삼고 민생 추경(추가경정예산)을 방해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절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 처리 사과나 유감 표명을 전제로 한 국회 정상화는 안 된다’는 강경론에 힘이 실리면서 강대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시간에 쫓겨 원칙을 저버린 국회 정상화는 안 된다’는 당내 기류가 확인된 만큼, 민주당은 5월 국회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실 여당이 여당이기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라며 “여당이 아니라 야당 같은 여당의 길을 가려 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과) 언제든지 만날 것”이라며 “지금 현재 여당 내부 사정을 보면 어렵지 않나 하는 걱정이 든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처리 문제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 국회 정상화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를 위해 거대 양당이 한발씩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민주당이) 한국당에 패스트트랙과 관련한 유감 표명도 하지 않고, 고소·고발 취하도 하지 않고 조건 없이 들어오라며 백기투항을 권유하면 어떻게 상황이 진전되겠느냐”며 “한국당도 할 만큼 했으니 상대가 받아들일리 없는 제안을 거두고 패스트트랙 합의 처리 추진을 약속받는 선에서 국회 복귀의 루트를 찾는 게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라고 밝혔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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