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분석오류 신고로 불거져
1년 가까이 반입 중단은 첫 사례
안전성확보 조사 결과 8월 발표
일부 주민 “폐기물 쌓여서 불안”

경주 방사성폐기물시설(방폐장)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반입 중단이 오는 11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반입 중단 사태가 1년 가까이 지속할 예정이어서 원자력연구원과 원전 등의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 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경주시월성원전·방폐장민간환경감시기구(이하 감시기구)에 따르면 방사성폐기물 데이터 오류를 비롯해 방폐장 바닷물 유입 문제를 조사 중인 ‘방폐물 관리 안전성 확보를 위한 민관합동조사단’이 오는 8월 말 조사결과를 발표한다. 조사단은 이 결과를 토대로 공청회와 설명회를 개최, 11월까지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전달할 계획이다. 조사단의 결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로 한 원자력환경공단이 이를 받아들이면 즉각 방폐물 반입·처분이 이뤄질 수 있을 전망이지만, 재발방지대책의 조율이 필요한 경우 중단 사태가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주 방폐장은 지난해 12월 30일 한울원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1천 드럼(드럼 당 200ℓ)을 반입한 후 현재까지 방폐물을 반입·처분하지 못하고 있다. 방폐물 반입 중단이 이처럼 장기화한 것은 2010년 운영을 시작한 이후 처음 겪는 일이다. 대전의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각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방폐장에서 처분하지 못해 각 원전에 쌓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저준위폐기물이 원전 내에서 사용한 공구, 작업복, 장갑, 폐윤활유 등 방사선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폐기물이어서 방사능 유출 등의 우려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관련지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원전 인근 주민들의 불안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경주시민 김모(64·여)씨는 “방폐장 가동 중단으로 방사능이 높은 폐기물들이 원전에 쌓여 있다고 들었다. 원전지역 주민들이 방사능을 뒤집어쓰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1년 동안 반출을 못 하면 방사능을 막을 수 있는 저장시설이 아닌 아무 곳에나 내버려두지는 않을까 하는 의심도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현재 각 원자력발전소와 원자력연구원에는 중·저준위방폐물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이 설치돼 있고, 그 용량도 아직 여유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공단 관계자는 “중·저준위 방폐물을 처리하는 과정에는 지장이 있지만, 저장과 관련해서는 아직 여유가 있다”면서 “각 발전소를 비롯한 원전관련 기관들이 방폐저장시설을 갖추고 있는 만큼 조사단의 결과가 나온 후 반입·처분을 재개를 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주시민들을 비롯한 원전 인근 주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반입 중단 사태가 하루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7월 원자력연구원이 방사능 분석 오류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자진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경주시의회와 감시기구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발생한 방사능 분석오류와 방폐장에 바닷물이 유입되는 점을 문제로 삼아 방폐물 반입 중단을 요구했다. 올해부터 방폐장은 중·저준위방폐물 반입을 중단했고, 감시기구 4명, 경주시 1명, 주민대표 4명, 전문가 4명, 시민단체 1명, 원자력환경공단 3명, 원자력연구원 2명 등으로 구성된 민관합동조사단이 구성돼 관련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단은 원자력연구원이 반출한 방폐물 총 2천600드럼 중 945드럼에서 오류가 발생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미 2천600드럼 중 70.9%인 1천834드럼이 영구처리 돼 모든 오류를 찾아낼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시료를 채취하지 않거나 표기를 잘못하는 등의 5가지 오류가 현재까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시기구 담당자는 “방사능에 대한 국민 불안이 매우 높은 만큼 투명하고 정확한 방폐물처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현재까지 폐기물들의 농도가 기준을 넘는 등의 중대오류는 없었고, 대부분 시스템 절차상의 오류였다. 이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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