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팔공산 관광활성화 왜 꼭 구름다리여야 하는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코너에 올라온 청원제목이다. 국민신문고역할을 기대한 본래 취지와 달리 툭하면 국민청원에 호소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국민청원을 보는 시각도 변하고 있다. 굳이 국민청원 코너에 올려야 할 사안인지도 의문시될 정도로 국민청원이 남발되고 있는 데다 정부의 무성의한 답변까지 이어져 국민청원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주요 현안을 내용으로 한 국민청원이 잇따라 제기됐으나 정부의 답변에 크게 실망, 시도민들의 민심이 국민청원 무용론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5월 17일 청와대는 강성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은 ‘11·15포항지진 피해배상 및 지역재건 특별법 제정을 간곡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논의해 법 제정을 추진해 주시면 정부도 적극 협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지열발전 실증사업 관련 공익감사 청구 사안, 피해를 입은 주민들과 지역에 이뤄진 지원 규모, 정부 추경안에 담긴 피해 지역을 위한 예산 규모 등 특별법과는 다소 동떨어진 내용으로 채워졌다.

포항시민들은 이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고, 당장 경북도와 포항시가 입장을 발표하며 정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경북도도 “정부에서도 포항 지진 피해 대책을 총괄하는 기구를 조속히 구성해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고, 포항시 역시 “정부와 국회가 적극 협력해 피해국민의 아픔을 치유하고 다시는 이러한 인재가 반복되지 않도록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한다”며 현재 지지부진한 특별법 제정 진척 상황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며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라는 내용의 국민청원 역시 33만여명의 동의를 얻었지만 이 역시 결과는 허탈했다. 이 청원에 대해 묵묵부답이던 청와대는 무려 두 달 여만에 ‘산업통상자원부로 문의하라’는 한 문장짜리 답변에 그쳤다.

지역 현안에 대한 국민청원을 청와대가 이렇듯 어물쩍하게 넘기려는 모습만 보이자, 이슈 당사자인 포항·울진 주민은 물론 경북도민 대부분이 현 정부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특히 포항지진 관련 답변에서 본질은 회피하고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의 행태를 보인 점에 대해 지역민들은 국민청원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한 포항시민은 “정부의 잘못으로 지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사과도 부족할 판에 무성의한 답변이 웬 말이냐”며 “이럴 거면 국민청원은 왜 시행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구 팔공산 구름다리 청원’에 지역민들이 보인 반응이기도 하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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