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다저스 류현진은 왼손 투수입니다만 공격할 때는 오른쪽에 타석에 서는 것을 기억하십니까? 류현진은 원래 오른손잡이입니다. 럭비 선수였던 아버지가 초등학교 3학년 류현진에게 글러브를 선물합니다. 이때 왼손 투수용 글러브를 사다 주었답니다. 실수였을 수도 있고 심오한 의도를 갖고 모른 척 던져 주었다 해석해 볼 수도 있습니다만 공은 왼손으로 던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류현진은 이때부터 온 몸으로 받아들입니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의도하지 않은 발견, 뜻밖에 발견한 행운 등을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과학분야의 연구에서 실험 도중 실패해서 얻는 결과에서 중대한 발견, 또는 발명을 한 경우를 일컫기도 합니다. 글러브를 착각해 선물한 것이 류현진을 왼손 투수로 길러낸 사연도 대표적인 세렌디피티입니다.

한 남자가 사냥감을 찾아 풀 숲을 헤치고 다니다가 집에 와 보니 바지에 온통 씨앗들이 달라 붙어있습니다. 발명가였던 남자는 반짝이는 영감을 얻습니다. 씨앗은 갈고리 모양의 작은 가시로 둘러 싸여 있습니다. 바지에는 걸쇠가 될 그물조직이 있어 씨앗이 달라붙을 수 있었던 겁니다. 이 우연한 경험을 통해 흔히 찍찍이로 알고 있는 접착 도구가 세상에 등장합니다. 벨크로 테이프는 스위스의 전기 기술자 메스트랄이 세렌디피티적 행운으로 발명해 돈방석에 앉게 한 녀석입니다.

페이스북은 짖궂은 남학생들이 하버드 여학생들 사진을 두 장씩 비교해 보면서 인기 투표하는 장난으로 시작했지만 곧 하버드생들이 서로 프로필을 보면서 안전하게 사귈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쪽으로 발전합니다. 결과는 어마어마한 트래픽 발생. 주커버그는 이 세렌디피티를 사업으로 승화시킨 거지요.

공기처럼 가득한 행운을 삶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필요합니다. 세렌디피티는 우연히 다가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른손잡이 열 살 꼬마에게 왼손잡이 글러브를 선물한다고 다 메이저리그를 평정하지 않지요. 평소에 얼마나 자기 분야에 몰입하고 사색하고 연습하느냐가 행운을 볼 수 있는 눈을 뜨게 해 줍니다. 물이 99도까지 끓지 않다가 1도 차이로 기체로 변하는 것처럼, 세렌디피티의 임계점을 넘길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행운이 우리 삶으로 흘러듭니다.

헤르만 헤세는 말합니다. “우연이란 원래 없는 것이다. 간절히 소망했던 사람이 그것을 발견했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그 사람 자신이, 그 사람의 소망과 염원이 우연처럼 보이는 것을 그것을 가져온 것이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