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대표관광지 데크 일부 구간
뒤틀리고 무너지고 곳곳이 파손
40년 이상 내구성 보장했지만
설치 10년도 안돼 애물단지 전락
매년 유지·보수에 수천만원 투입
전문가들 “차라리 새 시공을…”

포항시 북구 동빈내항 목재데크에 중간중간 구멍이 뚫려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포항지역 대표 관광지에 설치된 목재데크가 파손돼 시민과 관광객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매년 유지보수비용으로 수천만 원이 들어가고 있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 혈세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죽도어시장과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일대에 설치된 목재데크는 곳곳이 뒤틀려 있고, 사람이 걸을 때마다 ‘삐그덕’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일부 구간은 판을 고정해 놓은 나사못이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고, 목재데크 중간마다 설치해 둔 조명이 빠져버려 성인 주먹만 한 크기의 구멍이 곳곳에 뚫려 있어 안전사고의 위험도 커 보였다.

영일대해수욕장 일대의 목재데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비교적 보수가 잘 돼 유관 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사람이 지날 때마다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불안했다. 지난해 12월 이 구간이 무너져 내리며 20대 여성이 다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포항시민 이모(54)씨는 “밤에 가족들과 산책을 하다 뚫려 있는 구멍을 밟고 넘어질 뻔 했었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산책하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관리를 너무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동빈내항 복원 사업비 64억원 중 일부를 1.7㎞에 이르는 동빈나루 목재데크 산책로 조성을 위해 사용했다.

당시 시는 “목재데크는 평균 수명이 40년 이상의 내구성을 갖고 있고 동남아에서 수상가옥을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를 이용해 만들어 안전성과 관리가 용의하다”고 밝히며 공사를 강행했다.

그러나 목재데크는 10년도 되지 않아 파손되기 시작했고, 매년 3천만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해당 구간을 수시로 보수하고 있다.

목재데크의 내구성은 포항중앙상가 실개천 거리의 상황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지난 2007년 조성된 포항 중앙상가 실개천거리에 인공천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목재데크는 매년 수천만원의 유지보수비용이 들어가자 설치 8년 만에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현재의 황토로 교체됐다.

환경친화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코자 설치된 목재데크에 엄청난 유지·보수비용이 투입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포항중앙상가 설치 당시 호응이 좋아 지역 주요 관광지 등에 잇따라 목재데크가 설치됐고, 설치 후 시간이 지나 파손이 잦아지면서 보수비용으로 막대한 혈세가 빠져나가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동빈내항 복원 당시 목재데크 외에도 티타늄, 색깔 있는 모래 등 이를 대체할 재료는 얼마든지 있었다. 바닷가 근처 거리에 목재데크를 설치한 것은 부식 등을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판단이었다”면서 “앞으로 꾸준히 들어갈 유지보수비용으로 새로운 시공을 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일대를 비롯한 동빈내항의 목재데크 구간이 꽤 길어서 모두 개선하려면 수십억원은 필요한데, 시가 그만큼의 예산을 투입할 여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확인결과 포항시는 유지보수 예산도 어렵게 마련하고 있었다.

포항시 관계자는 “보수에 대한 예산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지만 예산을 획득하지 못해왔다”며 “이번 달에 추경 예산 4천만원을 확보했고 이달 말쯤 유지보수를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