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상영회서 8분간 기립박수
9년 만의 본상 수상작 기대감

21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기생충’(PARASITE)의 공식 상영 전 레드카펫 행사에서 봉준호(오른쪽) 감독과 출연배우들이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의 밤을 뜨겁게 달궜다.

21일(현지시간) 오후 10시 ‘기생충’이 공식 상영된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는 8분간의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2천300여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상영 후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극장 안의불이 켜지자 일제히 일어서서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배우들이 ‘착착’ 박자를 맞춰 손뼉을 치자 관객도 이에 호응했다. 먼저 자리를 뜨는 관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상영 중에 관객들은 위트 있는 대사에는 폭소하고 기발한 장면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영화에 깊이 몰입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기도 전에 박수가 쏟아졌다.

객석의 뜨거운 환호에 눈시울이 붉어진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은 함께 손뼉 치면서 관객들과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박수가 7분 넘게 이어지자 봉 감독은 마이크를 잡고 우리말과 영어로 “감사합니다. 밤이 늦었으니 집으로 돌아갑시다”(Thank you for everyone. Let’s go home)라고 말했다. 그의 작별 인사에도 박수는 이어졌다.

‘기생충’은 칸의 단연 화제작이었다. 이날 뤼미에르 극장 주변에는 ‘기생충’ 상영 몇 시간 전부터 티켓을 구하는 관객들이 옷을 한껏 차려입고 ‘기생충(parasite)의 초청장을 구한다’는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상영 한 시간 전부터는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들이 줄을 늘어섰다.

봉 감독과 배우들이 뤼미에르 극장 앞 레드카펫에 도착하자 대기하던 팬들이 큰소리로 환호했다. 배우 송강호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는 팻말을 든 팬의 모습도 눈에띄었다. 이들이 극장에 입장할 때는 관객들이 손뼉을 쳤다.

봉 감독의 ‘설국열차’와 ‘옥자’에 출연했던 배우 틸다 스윈턴도 상영회에 참석했다.

‘기생충’은 부유한 가족과 가난한 가족, 이 두 가족을 통해 보편적인 문제인 빈부격차에 대해 논한다.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예기치 않은 사건들에 대해 다룬다.

공생 또는 상생할 수 없이 기생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블랙코미디의 방식으로 전달됐다.

상영 후에는 호평이 쏟아졌다. 크리스티앙 쥰 칸 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기생충’은 올해 초청작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다”라고 전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가장 한국적인 영화인 동시에 세계적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호응했다”며 “보편적인 계급 차를 봉 감독이 유머러스하고 영리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올해 다른 경쟁작들이 평작이라 ‘기생충’이 더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외신들도 좋은 평가를 내놨다. 가디언의 유명 평론가 피터 브래드쇼는 “‘기생충’은 덩굴손처럼 뻗어 와 당신 안으로 깊숙이 박힌다”고 표현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다. ‘살인의 추억’ 이후 봉준호 감독의 가장 성숙한,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한 발언”이라고 썼고,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활력 있고 단단하게 조율된 코미디다. 무척 한국적이면서 철저한 완성도를 가진 이야기로 봉준호 감독이 정점으로 돌아왔다”고 평했다.

‘기생충’이 극찬을 받으면서 9년 만에 한국영화 수상작이 나올지 주목된다. 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았지만, 본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한국영화의 칸영화제 본상 수상은 2010년 ‘시’(이창동 감독)가 각본상을 탄 게 마지막이다. 수상 결과는 오는 25일 폐막식 날 발표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