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신드롬은 세계적인 기술력으로 만든 상품이지만 자국 시장만을 생각한 표준과 규격을 사용해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즉, 다윈이 발견했던 고유종들은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갈라파고스섬에서 독자적으로 진화를 거듭했는데, 일본 휴대전화 역시 최고의 기술을 가졌지만 세계시장 흐름과는 동떨어진 상황을 나타낸다.

일본 휴대전화 인터넷망 아이모드의 개발자인 나쓰노 다케시 게이오대 교수가 맨 처음 이 용어를 사용했다. 일본 통신산업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모바일인터넷, 모바일 TV 등이 상용화됐으며, 휴대전화 기술은 1999년 이메일, 2000년 카메라 휴대전화, 2001년 3세대 네트워크, 2002년 음악파일 다운로드, 2004년 전자결제, 2005년 디지털TV 등 매년 앞선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일본 내 3세대 휴대전화 사용자가 2009년 들어 미국의 2배 수준인 1억 명에 이를 정도였다. 하지만 커다란 내수시장에 만족해 온 일본은 국제 표준을 소홀히 한 탓에 경쟁력 약화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만들어 차세대 스마트폰 생태계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정부와 의회가 각종 규제로 생태계를 보호했지만 이종 생태계가 진입하자 연약한 생태계는 그대로 파괴되고 말았다.

이같은 갈라파고스 신드롬은 우리 사회 주변에도 널려 있다. 대표적인 예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다. LED 조명, PC 제조 등에 대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함에 따라 삼성과 LG의 제조와 생산은 막았지만 필립스, 레노버 등 글로벌 업체를 막을 수 없었다. 최근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우버, 에어비앤비, 인터넷은행, 자율주행차, 카풀 규제 등도 갈라파고스 신드롬의 하나다. 못된 규제임을 인식하지만 시민단체와 택시기사들의 표를 의식해 눈을 감는다. 갈라파고스 신드롬의 해법은 승차공유 규제는 풀되, 예측 가능했던 삶이 무너진 이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렸다. 이미 자율주행차 시대로 굴러가는 시대의 수레바퀴는 브레이크 없이 가속도가 붙고 있는 데, 이를 중재해야 할 정부는 적극적인 노력 없이 정치권과 업계 눈치만 살피고 있어 걱정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