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줄줄이 나자빠졌고, 저임금 근로자들은 오히려 일자리를 잃었다는 정부의 첫 번째 실태 파악결과가 나왔다. 자영업자들이 고용과 노동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어서 고용시장에 부작용이 속출한 지는 오래됐다. 정부가 현실 인식을 되찾는 데 무려 2년이나 걸렸다는 사실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더 늦기 전에 최저임금 체계를 지역별·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차등제’로 개혁하는 것이 옳다.

고용노동부는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에서 ‘최저임금 현장실태 파악 결과’를 공개했다. 현장실태 파악은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노동부의 용역 의뢰를 받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 4개 업종별 20개 안팎 사업체를 집단심층면접(FGI)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태 파악에 참여한 노용진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수의 기업에서 고용 감소가 발견되고 있으며 고용 감소와 근로시간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기업도 상당수 존재했다”고 밝혔다. 노 교수는 “단시간 근로자의 근로시간 단축으로 초단시간 근로의 확대 사례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보다 경제 체질이 훨씬 튼튼한 일본의 올해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3.1%다. 이게 사상 최고치란다. 일본은 1엔을 더 올릴지 말지를 놓고 밤새 격론을 벌인다. 경제성장률이 목표에 미달하자 일본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천 엔으로 올리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호황인 미국도 연방정부 최저임금을 10년째 7.25달러로 동결했다. 한국은 정반대다.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2년 만에 거의 50%가 올라 올해 최저임금은 1만30원(한국경제연구원 발표)이다. 글로벌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도 “한국의 고용부진은 최저임금 인상 탓이 크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는 임금지불 능력이 취약한 자영업자 비율이 25.4%로 일본 10.4%, 미국 6.3%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그런데도 무턱대고 일을 저질렀다. 다른 나라들은 경제 형편과 사용자의 지불 능력·근로조건·생산성 등을 감안해 차등 적용한다. 일본은 지역별·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한다. 형편이 안 좋으면 내리기도 한다. 미국·중국은 지역별로 차등 적용한다. 영국·프랑스·독일·호주·네덜란드는 연령별로 달리 적용한다. 노동세력 눈치 보느라고 차등 적용에 난색인 정부·여당은 크게 잘못하고 있음이 자명하다. 최저임금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액수를 적용하는 것은 어린아이에게까지 무거운 짐을 지고 달리게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통령이 결단해야 할 시점이다. ‘최저임금의 저주’를 풀어내지 못하는 한 문재인 정부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더 이상 미적거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