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가난한 농사꾼 집에서 태어난 만지히는 어릴적부터 사랑을 키워오던 데비와 결혼합니다. 밖에서 밭을 갈며 고생하는 남편을 위해 데비는 도시락을 싸 밭으로 오던 중 넘어져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가까운 병원을 가기 위해서는 산을 돌아 88㎞를 아내를 업고 뛰어야 했습니다. 데비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 숨을 거두지요. 아내를 잃은 만지히는 스물 여섯인 1960년에 아내를 앗아간 마을 앞의 거대한 산을 뚫어 길을 만들기로 결단합니다. 길을 만들 수만 있다면 80㎞ 넘는 길을 돌아서 가지 않고 단 1㎞ 거리에 병원이 있고 학교도 3㎞만 걸어가면 나옵니다. 문명의 물꼬가 트이는 셈이었지요.

만지히에게는 도와줄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그는 혼자의 힘으로 손수 망치와 정 단 두가지 도구만으로 산을 뚫기 시작합니다. 쿵, 쿵, 쿵. 거대한 해머로 바위를 깨부숩니다. 톡, 톡, 톡. 작은 망치와 정으로 바위를 잘게 부숴 나눕니다. 삽으로 흙을 퍼서 등짝의 지게에 옮겨 담습니다. 눈물 흘리며 먼 길을 걸어 흙을 버리고 다시 돌아옵니다. 이 일을 하루, 이틀, 열흘, 한 달. 그리고 1년을 반복합니다. 봄이 오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가 추운 겨울이 할퀴고 지나갑니다. 다쉬라트 만지히는 아내를 잃고 미쳤다는 주위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바위를 깨고 흙을 퍼 나르지요.

10년을 멈추지 않고 일을 계속하지요. 산이 많이 깎여 있습니다. 사람들은 내심 놀라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11년, 12년... 만지히가 마흔 여덟 살이 되는 22년째. 세상 모든 사람들은 우공이산의 기적을 목격합니다. 산 허리가 잘리고 산 너머 도시까지 길이 뚫린 겁니다. 1982년의 일입니다. 무모한 도전이 22년만에 결실을 맺습니다.

세상이 팍팍합니다. 앞길을 가로 막는 산들이 하나 둘이 아니지요. 힘겨운 삶. 높은 장벽. 이런 것들 때문에 지친 사람들은 복권 한 장을 사들고 3억 분의 1의 확률에 잠시나마 달콤한 꿈에 젖어 현실의 고단함을 잊기도 합니다. 3억 분의 1 확률에 자신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곡괭이질 해머질 3억 번을 반복할 각오를 하는 무서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상은 이런 돈키호테 같은 사람들이 있어 살맛이 납니다. 자본과 권력으로 모든 것이 움직이는 이 시대에 맨주먹으로 세상을 바꿔 놓는 만지히나 우공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도 꿈을 꿀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