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도둑이 제 발 저려”

정치권에 때 아닌 독재자 공방이 발어졌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1일 문재인 대통령의 ‘독재자의 후예’발언에 대해 “내가 왜 독재자의 후예냐. 진짜 독재자는 김정은 아닌가. 문 대통령은 김정은을 진짜 독재자의 후예라고 말해 달라”고 비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아무도 한국당과 황 대표를 콕 집어 ‘독재자의 후예’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황 대표는 이날 인천 중구 자유공원의 맥아더 동상에 헌화한 뒤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하나 못하니까 대변인짓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내가 왜 독재자의 후예인가. 제가 황당해서 대꾸도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의 대변인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다.

황 대표는 또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화장품기업을 방문해 공장 현장을 둘러본 후에도 대북정책에 집중하는 문 정부를 향해 “수석대변인 역할하는 게 아니냐”고 다시 언급했다. 그는 “(문 정부가) 북한을 퍼주고 도와주기만 하니 북한의 대변인 역할하는 게 아니냐. 수석대변인 역할 아니냐 하면 또 발끈한다”면서 “이 말은 우리가 하는 말이 아니고 국제사회도 하는 말인데 (문 정부가) 고쳐나가지 않고 고집부리는 것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북정책은 물론 중요하다”면서도 “국민들은 이 순간에 바라는 건 경제를 살려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말을 하는 분도 있다. 경제가 사실상 폭망하고 있다”며 “금년말엔 더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 대표는 또 “지난 몇달 동안 문 정부 실정을 조사하고 검토해 ‘文정권 경제실정 징비록’을 만들었다”며 “조만간 안보실정 백서도 만들 예정이다. 이 정부를 공격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잘못이 뭔지 알아야 개선책이 나온다는 취지다. 안보를 살려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의 이같은 발언에 청와대와 민주당은 발끈하고 나섰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국회 대운동장에서 열린 민주당보좌진협의회 체육대회 인사말에서 “민주당이 없이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굳건하게 발전할 수가 없다”며 “한국당이 우리를 보고 독재세력이라고 적반하장 격으로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아무도 한국당과 황 대표를 콕 집어 ‘독재자의 후예’라고 말한 적이 없다. 무엇이 그리 억울해 못 견디는지 의문”이라며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황 대표의 발언은 최소한의 예의도, 기본적인 역사인식도,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일말의 책임의식도 없는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고민경 대변인은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는 말로 갈음하겠다”며 “연일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발언, 그리고 국민을 편가르는 발언들이 난무하고 있다. 하나의 막말이 또다른 막말을 낳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형남기자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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