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홍 행정안전부 지역혁신정책관

1948년 제헌헌법부터 1987년 현행헌법까지 지방자치의 요체는 지방의회에 있다.

단체장은 입법에 따라 임명제부터 간선제, 직선제까지 다양한 방식이 적용되었지만 지방의회만큼은 주민들의 투표에 의한 직선으로 구성토록 헌법에 규정한 것은 지방 의회야말로 민의를 대변하는 풀뿌리 지방자치의 핵심가치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방자치단체의 형태를 다양하게 운용하는 선진외국의 사례를 살펴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영국과 미국 등의 지방자치단체는 단체장을 뽑지 않고 행정전문가를 채용하는 사례도 있지만 지방의회 만큼은 주민들이 직접 뽑게 되어 있다.

지난 3월 29일 국회에 제출된 지방자치법에는 지방자치의 핵심인 지방의회의 자율성과 전문성, 독립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과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첫째, 지방의회 운영의 자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그간 법률로 상세하게 규정해 왔던 회의운영 및 표결 방식 등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자율화하여 지역의 여건과 특성에 맞는 지방의회운영이 가능해진다.

구체적으로 지방의회의장의 위원회 출석과 발언에 대한 내용, 의장의 직무대행, 표결의 선포방법 등을 지방의회의 자율적인 영역으로 넘긴다.

둘째, 지방의회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지원 전문인력’의 근거규정을 마련하여 지방의원의 자치입법·감사·예산심의 등을 지원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사무가 점증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지방의회의 의결과 심의사항도 증가하고 있다.

정책지원 전문인력은 의원들의 자치입법과 예산안 심사 등의 과정에서 의정활동을 지원하여 지방자치의 내실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정책지원 전문인력 제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의거하여 제주도에서만 의원정수의 1/2규모로 운영해 왔다.

제주도가 제도운영의 테스트베드가 되어 금번에는 전국으로 확산되는 셈이다.

셋째, 지방의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시도의회 사무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시도의회의장에게 부여한다.

지금까지 의회 사무기구 직원들에 대한 인사권은 단체장에게 있었다.

금번 제도개선을 통해 독립적인 인사운영이 가능한 시도의회에 대해서는 시도의회의장에게 사무직원 인사권을 부여하여 의회사무처 인사권을 둘러싸고 집행기관과 의회 간의 법적공방 등이 벌어지는 갈등이 해소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의회 본연의 기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넷째, 지방의회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윤리특별위원회 및 윤리심사자문위원회설치를 의무화한다.

지방의회의 윤리특별위원회가 지방의원의 징계 등을 심의할 때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듣고 존중하도록 하였다.

그간 ‘제식구 감싸기’ 등으로 비판 받았던 징계 심사가 내실화될 전망이다.

더불어 의정활동에 대한 정보공개도 강화하여 주민들의 참여와 감시를 유도한다.

얼마 전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예천군의회의 부적절한 해외연수와 같은 행태도 주민들의 감시와 제도적 보완을 통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민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지방의회는 존재의미가 없을 것이다.

금번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계기로 지방자치의 핵심인 지방의회가 지역주민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존재로 거듭나 지방자치 발전을 견인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