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은 물론 김진혁·정태욱 등
기회 잡는 선수마다 활약 ‘쏠쏠’

대구 FC의 정태욱, 김진혁, 정치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선수가 경기에 뛰지 못하고 팀에 참여하지 못하는 게 아쉬운 일이라… 제가 수술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대구 FC의 수비수 정태욱(22)은 지난 19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1 12라운드 경기에 안면 보호용 마스크를 쓰고 등장했다.

11일 FC 서울과의 경기 때 상대 선수 팔에 맞은 그는 출혈이 심했던데다 골절이 확인되면서 수술 권유를 받았으나 경기에 출전하겠다며 수술을 받지 않았다.

안드레 감독은 인천전에 정태욱을 선발 중앙 수비수로 내보냈고, 그는 마스크를낀 채 팀의 승리에 힘을 보탰다.

그는 “팬들이 걱정해주시는 게 큰 힘이 되지만, 경기에 출전하고 운동을 계속하고 싶은 게 제 생각이었다”며 이제 막 제대로 잡기 시작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정태욱은 경기 출전에 특히 목이 말랐던 선수다.

지난해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리그 5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고, 올해 대구에 합류한 이후에도 중용되지 못하다가 팀 일정이 급격히 늘어나며 입지를 넓혔다.

K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연이어 출전하며 홍정운(25), 김우석(23), 박병현(26), 한희훈(29)이 버티던 중앙 수비진의 한 자리를 단단히 꿰찬 모습이다.

‘얕은 스쿼드’로 평가받는 대구가 시즌 3분의 1가량이 지나도록 리그에서 상위권을 지키고 챔피언스리그에서 16강까지 도전하고 있는 건 이렇게 기회를 기다리던 선수들이 고비마다 한 명씩 나타나 틈을 메워줬기에 가능했다.

선수층이 두껍지 않아 베스트 11의 변화를 크게 주지 않는 편인데, 그 와중에 주전의 부상이나 휴식 등으로 대체자 역할을 한 선수가 활약해주며 숨통을 트고 가용 자원을 늘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

공격진에선 시즌 초반 연속 득점포를 가동하던 에드가가 종아리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위기의 시작이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으나 그 공백에 기회를 잡은 김진혁(26)이 상승세에 앞장섰다. 김진혁은 상주 상무 입대 전까지 리그 6경기에서 4골 1도움을 몰아치며 K리그 ‘4월의 선수’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공격수로 자리를 잡지 못해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꿔가면서까지 출전을 갈구했던선수가 단숨에 주포로 우뚝 선 것이다.

이런 김진혁이 입대하며 백업 멤버 고민이 다시 시작되는가 했지만, 인천과의 경기에 전반 벤치에 앉은 에드가 대신 선발로 뛴 정치인(22)이 또 다른 대안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리그 6경기, 그것도 선발로는 2경기 출전에 그친 정치인은 올해 첫 선발경기에서 전반 8분 만에 세징야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정치인은 “진혁이 형처럼 잘하고 싶었다. ‘형보다 못하면 어떡하나’하는 걱정이있었다”면서 “같이 힘들게 운동했던 2군 친구들을 많이 생각하며 힘을 냈다”며 ‘절치부심’을 전했다.

튼튼해지는 ‘잇몸’이 뒷받침되고 주전 선수들도 힘을 내면서 초반 전용구장의 흥행과 함께 ‘화제’ 정도로 여겨진 대구의 선전은 돌풍에만 그치지 않을 기세다.

지난 주말 리그 경기에서 에드가, 츠바사에게 휴식을 주며 전열을 정비한 대구는 22일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의 원정 경기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사상 첫 16강 진출에 도전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