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명
시인·대동고 교사

현 시행중인 2015 개정교육과정이 도입 된지 2년째다. 벌써 현 고2 학생들이 선택형과정에 들어가 있다. 그런데 학교현장의 혼란스러움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문·이과를 폐지하고 통합과 융복합을 내세운다. 그런데 정작 과목 선택의 문제에 들어가면 문·이과 폐지라기보다는 더 수많은 계열로 세분화한 듯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현재 경북의 경우 자원의 제약으로 몇 개의 트랙을 나누어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학교가 많다. 이럴 경우 문·이과 통합이나 융복합은 의미를 잃는다. 자원이 풍부한 서울경기 일원의 학교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갖추고 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것으로 지방은 특히 경북은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으로 인해 중앙과 차별되기 시작했다.

진로에 대한 강요는 큰 문제점이다. 개정교육과정은 1학년에서 선택과목에 대한 안내를 하면서 진로선택을 빨리해야 유리하다고 안내한다. 대학 4학년이 되어도 진로가 정해지지 않은 학생도 많고 진로를 바꾸는 학생도 많은 우리나라에서 고1에 진로를 정하고 선택과목을 정하여 맞추라니 매우 폭력적이다. 여러 가지를 탐색해보고 체험해보면서 개척능력을 신장해가는 것이 진로교육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인데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진로선택과목이 학생부종합전형과 관련되어 잘못선택하면 불이익이 주어질 거라는 불안감만 늘어가고 있다.

프로젝트수업이나 토론 수업 등 학생참여중심의 다양한 수업의 혁신을 가져올 것, 과정중심의 평가로 학생들의 역량을 평가하고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갈 것, 등 긍정적으로 보이는 내용은 많으나 정작 간과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중앙과 지방의 차이와 도시와 농촌의 차이 등을 고려하지 않은 발 빠른 도입이다. 무조건 바꾸라고 해도 쉽게 바꿔지지 않는 가치와 내용이 있다.

정책이 잘 정착되어 열매까지 거두려면 국민 대다수의 여건이 따라갈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 서울과 경기는 고교학점제를 후내년 2022년에 도입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런데 지방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맹모삼천이라는 정신이 살아 있는 우리나라에서 중앙으로 전학시키려는 부모가 많이 나올 게 뻔하다. 개정교육과정의 도입과 고교학점제의 시행으로 상당히 중앙과 지방의 차이가 심화될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학생들을 미래 4차 산업 혁명에 대비할 융복합인재로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성숙치 못하고 부모가 해주는 것 외에는 스스로 잘 하지 못하는 것을 이끌어 주어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인간으로 길러야 한다. 선택과목으로 심화교육을 하기보다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힘을 길러주는 기본에 충실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복잡한 시대에 교육은 더욱 단순해져야 인재를 길러 낼 여유가 생길 것이다. 세상을 이해할 문리를 틔워줄 국어 영어 수학시간을 줄이고, 선택과목 심화과목을 늘려 배우면 미래인재가 된다는 발상은 뜬구름이다. 기본교육에 충실해야 미래인재가 길러진다.

또한 학교 현장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의 시스템만 해도 교사들이 감당하기가 어려울 정도인데 새로운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교사가 더욱 어려워진다. 가르쳐야할 과목수가 늘어나고 더군다나 그 내용 또한 생소한 것들이 많아 어떤 내용을 가르쳐나가야 할지 걱정인 내용이 대다수이다. 그렇다고 교사 인원을 늘리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교육연수 또한 매우 부족한 편이다.

지금까지의 교육과정에 대한 기조는 철회할 수 없다하더라도 연장선상에 있는 교교학점제 도입에는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부작용이 많은 정책은 오랜 준비를 거쳐 시행하지 않으면 결국 실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