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측정의날’인 20일부터 우리가 흔히 쓰던 질량의 단위 킬로그램(㎏), 전류의 기본 단위 ‘암페어(A)’, 온도 단위 ‘켈빈(K)’, 물질의 양을 나타낸 ‘몰(㏖)’ 등의 4개 단위에 바뀐 표준이 적용된다. 이날부터 전 세계 산업계와 학계는 새롭게 정의된 단위를 사용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국제기본단위의 정의를 규정하고 있는 국가표준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국제기구 약속에 따라 20일(세계측정의 날)자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기본단위가 실물을 기반으로 해서 변형(질량·kg, 물질의 양·mol)이 생기거나, 특정물질에 의존하여 불안정(온도·K)했다. 애매한 표현의 사용으로 혼란을 야기(전류·A)했다.

바뀐 단위 기준은 우리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마이크로 수준의 오차도 치명적인 오류로 이어질 수 있는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대학·기업 연구소에는 영향을 미친다. 독성 조절 등 초정밀 측정기술을 필요로 한 제약업계나 정밀 측정이 필요한 산업계에선 일부 설비 보완이 필요한 사건이다.

국제 도량학계는 1889년 백금 90%, 이리듐 10%로 구성된 높이, 지름 각각 39㎜인 원기둥 모양의 원기 일명 ‘르그랑K’를 1㎏의 국제 기준으로 정한 뒤 파리 인근 국제도량형국(BIPM) 지하 금고에 보관해 왔다.

그러나 르그랑K가 130년이 다 되어 가면서 처음 만들었을 때보다 최대 100㎍(마이크로그램ㆍ100만분의 1g) 가벼워졌다. 이에 따라 도량학계는 물리상수 중 하나인 ‘플랑크 상수(h)’로 질량을 정의했다. 플랑크 상수는 빛 에너지와 파장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 상수이자 전류 및 전압의 강도를 토대로 중량을 재는 특수저울 ‘키빌 저울’로 측정할 수 있는 불변의 자연 상수이다. 이번에 ㎏뿐 아니라 암페어(A), 켈빈(K), 몰(㏖)도 같은 물리상수인 아보가드로 상수, 기본 전하(e), 볼츠만 상수를 이용해 재정의했다.

우리 역사에서도 조선시대 암행어사가 마패·봉서와 함께 도량형 통일을 위한 ‘유척’을 지니고 다녔다니 도량형의 중요성을 앞서 깨달은 선조들의 지혜에 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치못한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