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향이란 본디 살던 고장으로 조상이 난 땅을 말한다. 1968년 자본과 기술, 경험은 물론 부존자원마저 없던 시절 포스코는 민족의 미래를 위한 위대한 도전의 역사를 이곳 포항에서 시작했다. 당시 박태준 포항제철 사장은 초라했던 한국 경제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제철산업을 영일만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그리고 한국 경제 성장의 중추기업으로 포항종합제철소를 이끌어 냈다.

오늘날 포스코가 세계 굴지의 철강회사로 성장한 뿌리는 누가 뭐래도 포항이다. 눈부신 한국의 경제성장사를 이야기하면 포항제철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경북 포항 역시 우리나라 근대화의 산실로 손꼽히는 이유도 포항제철과 함께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영일만에 자리 잡은 포항제철소는 이후 성장을 거듭한 끝에 제2 제철소를 광양만에 건설하고 국내외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지난해 포스코는 우수한 경영실적 등을 인정받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에 8년 연속 선정됐다.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대 철강회사가 된 셈이다. 경북 포항은 이 같은 포스코의 성장과 함께 동고동락해 온 도시다. 포스코의 50년 도전 역사에서 잘 될 때나 못될 때나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포항시민에게 포스코는 이젠 자부심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스코가 본사가 있는 포항보다 광양에 더 많은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포항시민의 섭섭함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2004년 이후 15년 간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 1조9천여억 원, 광양제철소에 3조90억 원을 신규 투자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포스코의 투자 배경은 알 수 없으나 본사가 있는 포항시민으로서는 당연히 섭섭해 할 수 있는 문제다. 특히 포항지역에 투자키로 한 침상코크스 공장을 최근 보류하고 이를 광양에 건설키로 통보한 것은 포항시민의 분노를 싸고도 남을 만한 일이다. 경제성을 이유로 변경됐다고 하나 그 배경이 미심쩍다. 더군다나 침상코크스 공장을 비롯 포스코가 지목하는 미래성장 산업분야가 광양을 비롯 외지로 많이 빠져 나가 지역민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포스코는 침상코크스 말고도 양극제공장과 리튬공장 등을 광양으로, 음극제 생산공장은 세종시로 투자를 결정해 본향에 대한 변심을 걱정하던 터다.

이와 관련, 포항시와 포항시의회, 지역 정치권 등이 문제 해결책을 요구하기 위해 20일 만남을 가졌다.

다만 포스코는 지난해 밝혔듯이 포항시민과의 상생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체결한 포항시와의 상생협력 강화협약 체결에 따라 약속한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 의지를 이번 기회에 다시한번 밝히는 것이 좋다. 포항시민의 섭섭함에 대한 해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을 계기로 포항시와 포스코는 땔 수 없는 영원한 동반자 관계임을 확인하는 기회로 삼는 것도 또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