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만여 명의 청원인 숫자를 기록한 포항지진특별법 제정 청원에 청와대가 ‘억지춘향이’식 무성의한 답변을 내놓아 포항과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답변에 나선 강성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은 하나 마나 한 원론적 입장에다가 복구지원 공치사만 늘어놓아 지역민들의 분통을 자극하고 있다. 지진 피해지역에 줄줄이 찾아와 립 서비스만 펼쳐놓고 돌아서서 냉담한 정부·여당에 대한 오만 가지 불만과 억측들마저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11·15 포항지진 피해배상 및 지역재건 특별법 제정을 간곡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지진특별법 청와대 국민청원은 마감 시한인 지난 4월 21일까지 21만2천675명의 동의를 얻어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넘어섰다. 한 달 가까이 지난 17일 답변자로 나선 강성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은 “국회 차원에서 논의해 법 제정을 추진해 주면, 정부도 적극 협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이어 지열발전 실증사업 관련 공익감사 청구 사안, 피해 주민들과 지역에 이뤄진 지원 규모, 정부 추경안에 담긴 피해지역을 위한 예산 규모 등 특별법과는 다소 동떨어진 곁가지 사안만 늘어놓았다.

지역의 반발이 거칠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포항 지진이 정부가 추진한 지열발전으로 촉발된 인재(人災)로 밝혀진 만큼 정부에 포항 지진피해 대책을 총괄하는 기구를 조속히 구성해 종합적 대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포항시도 “포항지진특별법 제정 청원에 대한 청와대 답변은 피해지역 시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쉽다”는 입장을 내놨다.

포항11·15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 공원식 공동위원장은 “정부에서도 특별법을 발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앞장서 나서는 모습이 없어서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도 공식논평에서 “포항시민을 우롱하고 실망시킨 내용뿐”이라고 맹비난했다.

국회에서는 지난달 자유한국당이 소속 의원 전원 서명으로 정부 피해보상을 의무화하는 포항 지진 특별법을 발의했다. 지난 10일에는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도 비슷한 법안을 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그 안에서 특별법 제정 여부도 논의하자면서 자체 안을 미루고 있다. ‘패스트 트랙’ 사태 이후 국회는 사실상 휴업 상태다. 지진특별법 제정에 관한 정부·여당의 반심(半心)에 대한 최악의 지역 민심은 ‘정치 공학’ 의구심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국가가 스스로 국가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국가 소유의 선박도 아닌데, 특별법 만들어 보상하지 않았느냐?”는 포항시민들의 반문을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포항지진특별법에 대한 정부·여당의 소극적 태도는 하루빨리 시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