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특별법 청원에 “국회 추진땐 적극 협력” 회피성 답변
경북도·포항시 등 “무성의 태도에 허탈… 與도 법안 내라”

“무성의함 그 자체다”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과 관련한 청원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이 지난 17일 공개되자 지역민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원론적이다 못해 청원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피해 복구 지원 성과만 늘어놓는 식의 답변에 경북도와 포항시 등 해당 자치단체는 물론 지진 단체와 시민 모두들이 비판적인 입장이어서 민심이반이 우려되고 있다.

지진특별법 청원은 지난 3월 20일 정부 조사연구단에 의해 포항 지진이 인재로 밝혀진 것을 계기로 ‘11·15포항지진 피해배상 및 지역재건 특별법 제정을 간곡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 청원이 이틀 뒤인 22일부터 진행됐다. “포항지진 피해보상 및 지역재건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청원은 마감인 4월 21일까지 21만2천675명의 동의를 얻어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청와대가 지난 17일 답변을 했으나, 답변자로 나선 강성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은 “국회 차원에서 논의해 법 제정을 추진해 주시면, 정부도 적극 협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이어 지열발전 실증사업 관련 공익감사 청구 사안, 피해를 입은 주민들과 지역에 이뤄진 지원 규모, 정부 추경안에 담긴 피해 지역을 위한 예산 규모 등 특별법과는 다소 동떨어진 내용의 답변이 할애된 시간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러한 청와대의 답변이 공개되자 지역에서는 허탈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우선 경북도와 포항시에서는 국민청원 답변과 관련 즉각적인 입장을 밝히며 성토하고 나섰다. 경북도는 우선 청와대의 답변에 대해 “청원에 참여한 많은 국민들의 염원과 조속한 대책을 바라는 포항지역 피해 주민들의 기대에 못미치는 답변”이라고 평했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19일 “정부와 여당에서 특별법 제정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기존에 지원된 예산은 자연재해에 따른 최소한의 복구 지원금으로, 포항 지진이 자연재해가 아닌 정부가 추진한 지열발전으로 촉발된 인재(人災)로 밝혀진 만큼 특별법 제정을 통한 종합적인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 피해를 구제하는 것은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로 피해주민의 아픔을 생각한다면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며 “현재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 특별법안을 발의한 상태인 만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특별법안을 발의해 여야합의로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정부에서도 포항 지진 피해 대책을 총괄하는 기구를 조속히 구성해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포항시도 19일 “포항 지진 특별법 제정 청원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한 달 이내 답변해 준 데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피해지역 시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쉽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11.15 지진은 자연재난이 아니라 국책사업인 지열발전사업 추진과정에 일어난 중대한 인재(人災)인 점을 감안해, 정부와 국회가 적극 협력해 피해국민의 아픔을 치유하고 다시는 이러한 인재가 반복되지 않도록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한다”며 현재 지지부진한 특별법 제정 진척 상황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시민단체들 역시 입장을 발표하고 나섰다. 포항11·15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이대공·김재동·허상호·공원식) 역시 정부의 좀 더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범대위 공원식 공동위원장은 이날 “정부가 특별법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발언 자체는 긍정적으로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정부에서도 특별법을 발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앞장서 나설 수도 있다. 그런 모습이 없는 부분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민주당에서 특별법을 조속히 내놓아야 모든 진행이 순조롭게 돌아갈 것”이라며 정부는 물론 여당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주문하기도 했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공동대표 겸 집행위원장 모성은)도 공식논평을 내고 “포항시민을 우롱하고 실망시킨 내용뿐이다”고 주장했다. 범대본은 또 “20만 명 국민청원만 달성하면 특별법이 만들어진다고 선동했던 정치인들을 규탄하며, 선량한 시민을 헛되이 동원한 관변단체를 당장 폐지하고 ‘헛발 청원’으로 또다시 바보시민을 만든 포항시장은 사퇴하라”고도 촉구하고 나섰다. /전준혁기자

    전준혁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