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년 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쉐펠라에서 일전을 겨루게 되지요. 먼저 공격에 나서면 불리하기 때문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교착 상태에 빠지고 한참 시간이 흐릅니다.

팔레스타인은 최고의 전사로 일대일 결투로 승부를 가리자고 제안합니다. 그들이 내보낸 전사는 키가 2m70㎝에 이르는 골리앗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번쩍이는 청동 갑옷으로 무장하고 양 손에 칼과 창을 들고 있습니다. 겁에 질린 이스라엘에서는 아무도 나서지 못하지요. 어린 양치기 소년 한 명이 자원하고 나섭니다. 분노한 골리앗은 외칩니다. “내게 오라. 너의 살점을 하늘의 새와 들의 짐승에게 던져 줄 테니.”

소년은 주머니에서 조약돌 하나를 꺼내 물매에 끼워 빙빙 돌리다가 정확하게 거인의 두 눈 사이 급소를 향해 돌을 날립니다. 정통으로 맞은 거인은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양치기는 달려가 거인의 칼을 꺼내 거인의 목을 베어버리죠. 다윗과 골리앗입니다.

고대 근동지역 군대는 기병·보병·궁수병 외에 물매병이 있었습니다. 물매는 비장의 무기입니다. 1초에 약 6∼7번 회전한 후 발사하면 초속 35m쯤 되는데, 웬만한 투수가 던지는 강속구보다 더 빠른 속도입니다. 물매는 대단히 정교해서 200m 이상 떨어진 목표도 오차없이 맞출 수 있다 합니다. 다윗은 골리앗 방식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골리앗은 말단비대증을 앓고 있는 환자여서 시력이 좋지 않았습니다. 골리앗은 일대일 대결의 상식인 접근전을 기대했겠지만 다윗은 휘말리지 않았지요. 자기 강점으로 게임의 방식을 바꿉니다. 판을 뒤집어 보니 골리앗은 허점투성이의 거인일 뿐이었고 다윗은 권총만큼 강력한 무기를 지닌 셈입니다. 겉보기에 강자는 진짜 강자가 아니고 표면적 약자는 진짜 약자가 아닌 것입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다윗과 골리앗’에서 말합니다. “피할 수 없는 시련을 겪는 사람들은 그 어려움으로 인해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확신을 주고 싶었습니다. 큰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그 어려움에 함몰되지 않고, 새롭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약자의 약점에 숨겨진 아름다움과 위대함이 분명히 있는 법이니까요. 반면 강자의 강점에는 반드시 숨겨진 나약함과 한계가 있습니다. 영민하게 자신의 약점을 승화시켜 시대를 앞서가는 지혜를 구해야 합니다.”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약점, 그 속에 감춰진 아름다움이 어쩌면 내 인생을 가장 빛나게 해 줄 수 있는 지고의 강점으로 변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