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학자 유흥준 교수는 말의 마술사처럼 책을 낼 때 한마디씩 던진 말이 히트를 쳤다. 대표적인 것이 “아는 만큼 보인다”이다. 우리의 문화재를 익히고 공부하는 만큼 우리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감동적으로 마주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가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100만권 넘게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가 유행시킨 이 말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 다른 분야에서도 폭넓게 쓰이는 표현이 된다.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도 그가 지어낸 말이다. 역사를 보아도 인생을 살아보아도 저절로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인생 도처에는 여러 고수(高手)들이 존재하며 그 고수들로 인해 비로소 그 가치가 밝혀진다는 뜻이다. 그는 “세상이 알아주든 말든 묵묵히 그것을 지키며 살아가는 모든 필부들이 상수”라고도 했다.

문화를 직접 보고 배우며 체험하면서 느낀 인생철학의 화두 같은 말이다. 이제 많은 사람이 공감하며 잘 인용하는 표현이 됐다. 그는 “국토가 박물관이다”라고 자주 표현한다.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그만의 각별한 애정이 담긴 말로 여겨진다. 한 때 영남대에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쳐 지역과도 인연이 닿은 학자이다.

달성군 구지면 도동리에 소재한 도동서원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대구로서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처음 있는 일이라 경사가 난 셈이다. 우리나라 5대 서원의 하나며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보존된 전국 47개 서원 중의 하나로 “소중한 문화재산이겠지” 정도 여겼던 도동서원이 세계문화유산 등재까지 올랐으니 대구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유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도동서원의 최대 특징을 미적 탁월함에 있다고 해설했다. 서원 곳곳에 조각을 가미하여 아름다움을 표현한 곳은 도동서원에서 밖에 볼 수 없다고 극찬했다. 특히 도동서원을 둘러싼 기와돌담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보물(제350호)로 지정, 아름다움을 인정받은 문화재라 했다. 도동서원이 마지막 관문을 통과,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된다면 대구의 가치를 알리는 또 하나의 콘텐츠로 충분한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