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재가 불멸이라는 것을 아셨나요? 모든 생명체는 염색체 가닥의 양쪽 끝에 붙어 있는 텔로미어가 닳아 없어지면 죽음을 맞이합니다. 바닷가재는 ‘텔로미어’를 스스로 복구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과학자들이 밝혔지요. 비록 생물학적 불멸의 존재입니다만 먹이사슬에서 낮은 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포식자들의 먹이감으로 불멸의 바닷가재는 하나 둘 사라집니다. 상당수가 전 세계 레스토랑의 테이블에 올려지겠지요?

바닷가재는 성장을 위해 익숙한 껍데기를 박차고 나옵니다. 아기 바닷가재는 손가락사이즈 껍데기에 아기의 속살을 갖고 태어납니다. 껍데기에 갇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고통을 느낍니다. 바위 아래 틈새 속으로 기어 들어가 껍데기를 옷 벗듯이 벗고 빠져나옵니다. 고통과 극한의 아픔이 있지만 큰 껍데기가 몸에 돋아날 때까지 포식자의 습격이라는 공포를 견디며 인내합니다. 탈피와 성장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몸을 조금씩 키워가지요. 어린 개체는 일 년에 10회, 나이가 들면서 횟수가 줄어듭니다. 어른 바닷가재는 몇 년에 한 번 새 껍데기로 갈아입습니다. 이들은 성장의 한계를 느끼면 스트레스를 거부하지 않습니다. 안주하지 않고 과감하게 자신의 익숙한 껍데기를 박차고 벗어 버립니다. 부드러운 속살, 그 무방비 상태로 묵묵히 다음 단계의 보호막이 자라기를 기다리지요. 작은 고통과 스트레스에도 움츠러들고 적당한 성취에 만족하고 안주하려는 저의 속성과 정반대의 바닷가재를 보며 숙연해집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에 나오는 바닷가재 세바스찬을 기억하십니까? 갇힌 껍데기 안에 안주하며 고통과 번민 속에서도 결단하지 못하고 늘 쪼그라드는 자신과 타협하는 저에게 위대한 세바시찬은 구본형의 시 한 구절을 속삭이며 응원합니다.

“다시 젊음으로 되돌아간다면, 겨우 시키는 일을 하며 늙지는 않을 것이니. 아침에 일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 천둥처럼 내 자신에게 놀라워하리라. 길이 보이거든 사자의 입 속으로 머리를 처넣듯 용감하게 그 길로 돌진하여 의심을 깨뜨리고, 길이 안 보이거든 조용히 주어진 일을 할 뿐 신이 나를 어디로 데려 놓든 그곳이 바로 내가 있어야 할 곳. 위대함은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며 무엇을 하든 그것에 사랑을 쏟는 것이니, 내 길을 찾기 전에 한참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천 번의 헛된 시도를 하게 되더라도 천한 번의 용기로 맞서리니.” (‘미치지 못해 미칠 것 같은 젊음’ 중)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