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천재의 눈물
한국형 천재의 눈물
  • 등록일 2019.05.16 19:29
  • 게재일 20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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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최근 개최된 ‘서울포럼 2019’에서 과학계의 리더들은 기초연구 및 기초과학의 생태계, 그중에서도 특히 교육 분야의 혁신을 강하게 주문했다.

현재와 같은 암기식 교육 중심의 중고등교육 구조에서는 과학영재가 있어도 세계적인 과학자로 육성하기 힘들고, 암기를 잘하는 인재를 키우는 방식에서 창의적 교육 시스템으로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상 수업시간에 필기를 잘한 학생들이 학점이 높은 대학의 현실은 심각한 문제이며, ‘시험기술자’가 성공하는 구조로 필기만 잘하는 학생에게서 창의적 연구가 나오기는 어렵고 그토록 원하는 노벨상도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기사를 접하면서 필자는 문득 최근 서울대 신임총장으로 임명된 오세정 총장을 생각했다. 오 총장을 처음 만난 건 고교 1학년때였다. 그 시절 각 지역의 각 시도에서 1등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최고 명문 고교였다. 그런데 그런 전국 각지의 쟁쟁한 수재들이 도저히 공부로는 이길 수 없었던 사람이 바로 오 총장이었다. 그는 초등학교 그리고 그 명문중고교를 내내 수석으로 다니면서 고교수석졸업-전국 대입 예비고사(지금의 대학 학력고사) 수석- 서울대 수석입학-서울대 수석 졸업의 수석 가도를 달렸다.

그런데 그를 다시 만난 건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였다. 그는 스탠퍼드 물리학과 박사과정 자격시험에서도 수석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느날 그와 맥주 한잔을 기울이며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그의 입에서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필자가 그에게 “박사학위 논문도 당연히 1등이겠지?”라고 물으니 그는 의외의 대답을 하였다 “아니, 아마도 20명의 박사학위 학생 중 중간정도 일거야”라고 답했다. 그리고 그는 이어 말했다. “난 한국의 암기식 교육의 피해자”라고 그의 눈가에는 가벼운 이슬이 맺히고 있었다.

그가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아마도 노벨상을 지금쯤 받지 않았을까? 그 정도로 그는 수재였고 공부를 뛰어나게 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받아온 교육은 ‘암기식’이었다. 문제를 창의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뭐든지 외워서 써야 하고 해법을 암기하여 맞추어야 하는 전형적인 비창의적 교육을 받아왔기에 논문을 쓰는 단계에서 그의 수석의 행진은 멈추게 되었다.

조그만 경험이 생각난다. 필자가 미국 대학에서 공부했을 때 미국의 수재들과 한국의 수재들의 차이점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던 일화가 있다. 이미 알려진 해법을 통해 답을 구하는데 급급한 한국의 수재들은 해법이 없는 문제를 접하였을 때 며칠간 끙끙대다가 끝내 답을 구하지 못했다.

문제를 풀지 못한 한국의 수재들은 미국의 수재들에게 해법에 대한 조언을 구했는데 그들의 대답은 간단했다. “해법이 없으면 해법을 만들어서 답을 구하면 된다.” 실제로 그들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해법을 스스로 만드는 창의성을 발휘했으며, 그들이 새로이 제시한 해법은 몇 달 후 논문으로 출판됐다. 한국에서 수재라고 불리던 우리나라 학생들은 이러한 창의성의 차이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창의력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것인가 혹은 훈련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여러 논란이 있다. 결론부터 미리 말한다면 두 가지 모두가 창의력에 공헌을 할 것이다. 하지만 구태여 둘 중 비교를 한다면 창의력은 90% 정도는 훈련과 환경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한국에서 창의적인 환경에서의 교육이 이뤄졌다면…. 오 총장같은 천재들은 지금쯤 노벨상을 탈 수 있었을 것으로 우리는 나름 추측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가 이제 서울대학교 총장이 되었다. 이제 그가 자기가 걸어온 길을 반추하며 진정한 창의적인 교육을 시키는 대학의 수장이 되길 빌어본다. 아니 이에 앞서 한국의 초중고 교육이 그리고 대학교육이 창의적 교육의 산실이 되길 함께 빌어본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곧 첫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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