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학 이념을 투영해 지은 조선 시대 사설 교육기관인 ‘서원(書院)’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확실시된다는 소식이다. 등재가 예정된 서원은 대구·경북에서 영주 소수서원, 경주 옥산서원,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달성 도동서원 등 5곳과 경남 함양 남계서원, 전북 정읍 무성서원, 전남 장성 필암서원, 층남 논산 돈암서원 등 4곳을 포함해 모두 9곳으로 구성된다. 세계적으로 그 희귀성과 격조 높은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이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우리가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한 경사다.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사전 심사하는 세계유산위원회(WHC)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한국이 세계유산으로 신청한 ‘한국의 서원’을 등재 권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이코모스로부터 등재 권고를 받은 유산은 이변이 없는 한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된다. 한국의 서원은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6월 30일 개막되는 제4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최종 확정된다.

서원은 공립학교인 향교(鄕校)와 달리 향촌 사회에서 자체적으로 설립한 사설학교다. 선현을 제향하는 공간과 인재를 기르는 강학 공간을 구분하여 전학후묘(前學後廟) 배치를 따라 지었다. 유교가 발달한 나라인 조선의 건축물로서, 성리학의 사회적 전파를 이끌고 정형성을 갖춘 건축문화를 이룩했다는 점이 세계유산 필수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로 제시됐다.

한국의 서원이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한국은 모두 세계유산 14건을 보유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번에 등재가 예상되는 서원 유적 9곳 중 5곳이 대구·경북에 소재해 우리 고장이 지난 조선왕조 500년 동안 통치이념의 본산이었음을 또 한 번 입증하는 경사여서 자랑스러운 낭보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지역출신 유학자인 안향(安珦) 등을 배향하고 있는 소수서원(紹修書院)은 1543년에 유생교육을 겸비한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서원의 효시로서 유명하다. 풍기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의 요청에 따라 1550년에 사액됐다. 지역의 서원 5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재로 등재되는 경사를 지역관광사업과 연계해 새로운 테마관광의 영역을 확장하는 소재로 활용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서원 문화를 재현하여 일반인이 직접 참여하여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그 효과 극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건물이나 한번 휙 둘러보고 가는 가벼운 관광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문화를 체험하고 교훈을 물려받는 일 또한 새롭게 모색돼야 할 것이다. 선조들의 올곧은 선비정신을 제대로 계승하는 계기로 승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