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영국 여왕이 걷던 그 길, 아들이 다시 밟았다
20년전 영국 여왕이 걷던 그 길, 아들이 다시 밟았다
  • 손병현기자
  • 등록일 2019.05.14 20:22
  • 게재일 2019.05.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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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안동을 다녀간 지 20년 만에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가 14일 안동을 방문했다. 하회마을을 찾은 앤드루 왕자(왼쪽 세번째)가 충효당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방문 당시 심은 구상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영국 앤드루 윈저(Andrew Windsor·59) 왕자가 14일 안동 하회마을 충효당으로 들어서자 한 시민이 “영국 왕실 만세”를 외쳤다. 서울에서 헬기를 타고 경북도청에 도착해 기념식수를 하고 곧바로 안동 하회마을로 오는 길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방문한 지 20년 만의 영국 왕실의 방문은 환영일색이었다. 하회마을 곳곳엔 영국 국기와 태극기를 들고 왕자를 기다리는 인파로 북적였다. 앤드루 왕자는 충효당에서 사랑채를 둘러보며 한옥의 고풍스러운 정취를 감상했다. 이곳은 서애 류성룡(1542∼1607)의 종택이다.

20년 전 여왕이 이곳을 찾았을 때 충효당에 오르면서 신발을 벗고 올랐듯이 왕자도 이날 신발을 벗고 사랑채에 올랐다. 서양에선 발을 드러내는 것을 금기시하는 문화가 있어 20년 전에는 외신 기자들이 이런 여왕의 행동에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사랑채를 둘러본 앤드루 왕자는 충효당 마당에서 20년 전 여왕 방문 당시 기념으로 심은 구상나무를 한참 동안 살펴봤다. 설명을 듣고선 “20년이 지났는데 나무 크기가 작아 보이지만, 푸르게 자란 것을 보니 잘 가꾼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담연재로 자리를 옮긴 왕자는 20년 전 여왕이 받은 생일상이 그대로 차려진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생일상에 궁중에서 임금에게만 올리던 봉황 모양의 ‘문어오림’과 매화나무로 만든 꽃나무 떡 등 47가지 전통음식이 차려졌기 때문이다. 앤드루 왕자는 “어머니가 20년 전 하회마을에서 73세 생일상을 받은 것을 깊이 기억하고 있다”며 “지난 주말 영국을 떠나기 전 어머니와 시간을 보냈는데 그때 친히 메시지를 전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는 99년 한국을 찾아 많은 곳을 방문했는데 참으로 훌륭했다. 특히 하회마을에서 생일상을 받은 것이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경북과 안동에 좋은 일만 있길 바란다’고 메시지를 남겼다”고 전했다. 이어 “영국을 떠나기 전 나에게 ‘안동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하나도 빠짐없이 나에게 말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여왕의 메시지 낭독 후 권영세 안동시장은 왕자에게 ‘안동한지’ 선물세트 2개를 선물했다. 하나는 왕자, 나머지 하나는 영국 여왕에게 드리는 선물이다. 안동한지는 우수한 지질로 천년을 가는 종이로 알려져 있다. 거기다 전통방식으로 색색이 염색까지 해 은은한 빛깔이 일품이다.

이에 왕자는 권 시장에게 영국 왕실 찻잔 선물세트로 화답했다. 이들은 선물을 교환한 뒤 ‘다모아합창단’이 영국의 전통민요인 롱 롱 어고(Long, Long Ago)와 함께 고향의 봄, 오빠 생각, 즐거운 나의 집 등 우리나라 동요와 영국 민요를 합창하며 한국과 영국의 우의를 기원했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로 구성된 ‘다모아합창단’ 단원들의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를 왕자에게 선물했다. 왕자는 세계 각국의 스타트업을 후원하기 위해 자신이 만든 피치앳팰리스 재단의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합창 단원들에게 선물했다.

이어 왕자는 학록정사로 이동해 내빈들과 오찬을 가졌다. 오찬에는 서울 힐튼호텔에서 마련한 한식으로 메인요리는 갈비찜. 오찬을 마친 왕자는 하회마을에서 꼭 봐야하는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과 전통혼례 시연을 관람했다.

이어 그는 20년 전 여왕이 방문했던 안동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 이동했다. 왕자가 농산물공판장 앞에 도착하자 사물놀이패가 흥겨운 곡을 연주하며 춤을 췄고 앤드루 왕자는 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왕자는 “맛있는 사과는 어떻게 구분하나”, “11월에 수확한 사과는 언제 소비자들이 맛볼 수 있느냐” 등의 궁금한 것을 바로바로 묻기도 했다.

왕자는 이어 천년 사찰 봉정사로 발길을 옮겼다. 왕자는 범종을 타종한 뒤 돌탑을 쌓고 대웅전과 극락전을 살펴봤다. 극락전으로 들어갈 때 앤드루 왕자는 여왕이 그랬던 것처럼 신발을 벗어 눈길을 끌었다.

봉정사 측은 ‘대영제국’ 사행시 족자를 선물로 전달했다. 봉정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지난해 한국의 산지 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여왕이 방문했던 곳은 아니지만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유교책판’이 있는 한국국학진흥원도 찾기도 했다. 왕자는 세계기록유산 퇴계집 책판인 장판각을 챙겨보고, 유교책판 인출을 시연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국국학진흥원 측은 왕의 열 가지 도리를 적은 ‘성학십도(聖學十圖)’ 어람용 책자를 왕실 선물로 전달했다.

안동시는 영국 왕실의 대(代)를 이은 방문으로 또 한 번 관광 부흥의 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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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19-05-16 02:34:57
해방후 유교국 조선.대한제국 최고 대학 지위는 성균관대로 계승, 제사(석전)는 성균관으로 분리됨. 최고 제사장 지위는 황사손(이 원)이 승계하였습니다. 한국의 Royal대는 국사에 나오는 최고 교육기관 성균관의 정통을 승계한 성균관대. 그리고 교황윤허 서강대. http://blog.daum.net/macmaca/25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