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와 핌피의 융합
님비와 핌피의 융합
  • 등록일 2019.05.14 20:17
  • 게재일 201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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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포항, 경주, 울진 등 경북 동해안지역에는 굵직한 위험 시설들이 많다. 중앙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주창한 이후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향방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경주에는 방사성폐기물저장소까지 있다. 사실 행정구역상 시군 간 지역이 구분되어 있기는 하지만 원전과 관련한 것은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큰 의미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탈 원전 이후 이 지역의 항구적인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가동 종료와 해체에 관한 연구도 꾸준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범국가적인 사업 가운데 위험, 혐오시설 등을 특정지역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안게 될 경우에는 이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도 당연히 주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국가사업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자신의 주거지역 주변에 없기를 바라는 기피대상시설은 수없이 많다. 이러한 이기적인 행동을 님비(NIMBY)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와 반대로 누구나 선호하는 이기적인 행동은 핌피(PIMFY) 현상이라 부르는데 이러한 시설에 대한 지자체 사업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기도, 때에 따라서는 특혜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포항시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거의 모든 지방도시에서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전됨에 따라, 과거 젊은이들이 넘쳐나던 시절에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거나 부족함이 없이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던 시설들이 많이 필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러한 시설들의 부족현상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그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장례시설과 화장시설 등을 들 수 있다. 포항시의 경우에도 시 승격 70주년을 맞이할 정도로 도시 나이도 들었고 인구도 50만 명이면 적지 않은 규모지만 그동안 도시가 발전, 성장하는 과정에서 인구가 순차적인 확장을 하였다면 이와 같은 필수시설도 당시에는 도시외곽에 만들어 졌더라도 다시 도시의 확장단계를 지난 시점에서는 결과적으로 편리한 부도심지역에 이러한 시설들이 이미 충분히 적절하게 포진하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포항의 경우에는 특이하게도 1994년까지는 인구 30만 명 수준의 도시였지만 1년 후인 1995년 도농복합도시로 주변 읍면지역을 통합하면서 일시에 50만 명이 넘는 대도시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 문제다. 이에 따라 인구 30만 명 수준을 감당하던 시설들로는 50만 명 수준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된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장례시설 등인 것이다. 포항시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들 중에는 공원과 같은 핌피 대상은 가까이, 장례시설과 같은 님비 대상은 멀리 갔으면 좋겠다는 주민의 반응은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는 민원의 대상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님비와 핌피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만 할 것인가. 정답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러한 주민반대를 상호 해소시키는 정책은 가능할 것이다. 요즈음 유행하는 1+1과 마찬가지로 님비와 핌피를 묶은 패키지로 동반시키는 융합정책도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포항의 경우에는 앞으로 도시의 역사가 깊어져 갈수록 지역에 대한 연구도 강화될 것이다.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역사의 유물과 흔적들을 관광객과 방문객들이 많이 드나들 수 있는 멋진 역사문화박물관의 건립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박물관과 조화로운 건물의 디자인과 다양한 편의시설, 외형적으로도 미관을 갖춘 장례시설이나 화장시설을 함께 건립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두들 과거의 역사를 되새김하고 선조들의 흔적을 살피는 박물관의 옆에는 언젠가 우리도 가야할 그러한 시설이 있다면 눈을 찌푸리지 않고 오히려 다시 한 번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교훈을 주는 시설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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