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대 29주년 맞은 포항북부소방서 119구조대 ‘현장 24시’
“개가 계속 짖어요” 다급한 신고
30여분 간 풀숲 헤쳐가며 포획
자살 암시 통화 남긴 남성 구하려
한 밤 촌각 다퉈 현장으로 달려가
도내 최초 발대 위상 걸맞게
동해안권 인명구조 중추 역할

지난 10일 포항북부소방서 119대원들이 출동 전 장비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 위) .‘구조대의 전설은 우리가 이어간다’ 포항북부소방서 119구조대. 그들은 포항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포항북부소방서 제공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포항북부소방서 119구조대원들은 매일 아침 화재 현장에서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기도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오는 16일 119구조대 발대 29주년을 앞두고 지난 10일 포항북부서 119구조대를 찾았다. 이날 오후 6시 38분께 출동지령 방송이 요란하게 울렸다.

한 여성이 “개가 사람을 보며 계속 짖어요! 무서워요. 빨리 와주세요”라며 다급하게 외쳤다. 대원들은 쏜살같이 출동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신고 현장. 어미 개가 새끼 개를 지키기 위해 지나다니는 사람을 보면 사납게 짖어댔다. 이 개는 아이와 주민을 물어 다치게 한 전력도 있었다고 마을사람들이 귀띔했다.

일순간 긴장감이 감돌았고 대원들은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개를 포획하기로 결정했다. 풀 사이로 숨는 개를 잡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30여분 동안 대원들은 도망다니는 개를 잡기 위한 안간힘을 썼고 마침내 포획에 성공했다.

이날 오후 10시 15분께 ‘긴급출동 긴급출동’ 다급한 지령 방송이 울렸다.

경찰이 공동 대응을 요청해 왔다. 한 남성이 경찰에 자살을 암시하는 전화통화를 한 뒤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원들은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총알 같이 달려갔지만, 운전자들이 길을 터주지 않아 애를 먹었다. 촌각을 다투는 다급한 상황이어서 대원들의 마음은 타들어갔다. 포항시 남구 해도동의 한 다세대 주택. 신고자의 집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수차례 남성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대원들의 표정은 걱정으로 가득했다. 그때였다. 한 대원이 TV불빛이 깜빡이는 것을 포착했다.

상대파출소의 한 경찰관은 집안에 남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대원들에게 문 개방을 요청했다.

“안에 계시죠. 문을 개방하겠습니다”라고 고지한 뒤 대원들이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쾅쾅 방화문 파괴기를 내리치는 대원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수차례 문을 내리친 후 드디어 문이 열렸다. 50대 남성이 술에 취해 방에 누워 있었다. 알고 보니 그는 상습 주취 신고자였다.

한 소방대원은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간판을 뜯어달라. 내가 텔레파시를 들었는데 누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것 같다며 가짜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정말로 생명이 위급한 순간에 시민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소방력 낭비뿐만 아니라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1분 1초를 다투는 구조대원들에게 장난스러운 신고가 그들에게 큰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화재와 교통사고, 대형재난 등 위급상황에 맞서 인명을 구조하는 포항북부소방서 119구조대. 지난 1990년 5월 16일 경북 최초 119구조대로 발대한 후 29년째를 맞고 있다. 경북도내 소방 1번지, 출동 순위 3위를 기록하며 동해안권 인명구조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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