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마리 개를 자식 삼아 살고 있는 가난한 노부부가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가끔 산에서 나무를 해 장작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파는 걸로 겨우 먹고 살았습니다. 할머니는 백내장으로 앞을 볼 수 없는 상태였지요. 개를 키우기 시작한 지 3년이 되는 날 할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십니다. 마을 사람들이 장례를 치러 주었지요.

장례 다음 날부터 개가 자기 밥그릇을 입에 물고 이웃 집에 들어섭니다. 밥그릇을 마당 한 가운데 놓더니 멀찌감치 뒤로 떨어져 엎드려서 가만히 밥그릇만 쳐다보고 있는 것을 목격합니다. 주인을 잃은 뒤 밥을 제 때 못 얻어먹어 그런가 보다 하며 불쌍히 여겨 밥을 퍼주었지요. 개는 밥그릇을 물고 집을 나섭니다. 아주머니는 시장 가는 길에 맹인 할머니가 걱정돼 담 너머로 집안을 바라봅니다. 할머니가 마루에 걸터앉아 있는데 손도 대지 않은 밥그릇을 마루에 올려놓고 개가 할머니 소맷자락을 물고 밥 먹으라고 계속 재촉하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한참 후에 상황을 알아차리지요. 밥을 절반 먹고 개에게 밥그릇을 밀어줍니다. 개는 그때서야 자기 밥을 먹기 시작합니다.

소문이 마을 전체에 퍼집니다. 다른 집으로 개가 밥을 얻으러 옵니다. 한 번 들린 집은 또 들르지 않고 한동안 새로운 집을 찾아 다닙니다. 사람들은 소문을 들었던지라 깨끗한 새 그릇을 준비해 밥과 반찬을 고루 넣어 줍니다. 개는 그것을 물고 집으로 돌아가 할머니에게 밥을 먹이고 남은 것으로 자기 몫을 먹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사람보다 나은 개’라며 군청에 효자 상을 주어야 한다며 건의를 했습니만 공무원들은 사람이 아닌 개에게 효자 상을 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지요.

흔히 충견(忠犬)이란 표현을 사용합니다. 충성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한자의 충(忠)은 가운데 중(中) 아래에 마음 심(心)이 놓여 있습니다. 내 마음의 중심에 놓여 있는 것. 우리는 그것에 충성을 바치게 되어 있습니다.

그 중심에 놓인 것이 돈이면 우리는 돈의 충실한 노예입니다. 그 중심에 놓인 것이 명성이면 우리는 날마다 자신의 몸값과 명성을 높이기 위해 충성을 다 합니다. 그 중심에 놓인 것이 권력이라면, 우리는 파워를 획득하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겠지요. 결국 지금 현재의 내 모습은 내가 무엇에 중심을 두고 충성을 바쳐왔는가의 최종적인 결과물입니다. 10년 후의 내 모습은 어떨까요? 내 중심에는 어떤 주인이 지금 자리잡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